주요 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서 약 40억 원대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2021년 상품 판매 이후 홍콩 H지수가 급락하면서다.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의 규모가 13조 원을 넘어서면서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한 곳에서 판매된 홍콩 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7월 만기 도래 규모는 약 103억 원이다. 손실 예상 금액은 약 40억3000만 원으로, 손실률이 40% 수준에 달한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에 연계돼 투자 수익이 결정된다. 통상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조기 상환 기회를 준다.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준을 밑돌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은행들은 해당 ELS를 사모·공모를 통해 펀드(ELF)와 신탁(ELT) 형태로 판매했다.
이번에 원금 손실이 발생한 이유는 상품이 판매된 2021년 이후 홍콩 H지수가 급락하면서다. 홍콩 H지수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50개 종목을 추려서 산출하는 지수로, 변동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홍콩 H지수는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돌파했으나 그해 말 8000대까지 떨어졌다. 이달 28일 종가 기준 6800대까지 하락했다. 고점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한 상황이다.
내년에 만기를 앞두고 있는 상품 규모가 13조 원을 넘어서면서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LS는 2021년 집중적으로 발행됐다. ELS의 통상 만기가 3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의 규모는 클 수밖에 없다. 이달 손실이 난 상품의 경우 2년 6개월 만기 상품이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판매된 홍콩 H지수 연계 ELF·ELT의 만기 도래 규모는 올해 하반기 81억 원 (7월 손실분 제외)에서 내년 상반기 약 9조371억 원, 내년 하반기 약 4조5406억 원으로 늘어난다. 내년 만기 도래 규모만 13조5777억 원에 이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6월 기준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미상환 잔액은 20조6867억원으로 집계됐다. 통상 손실발생 구간(녹인) 기준선은 최초 기준가격의 50∼55% 선에서, 조기상환 기준선은 60∼70% 선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수 상품이 녹인 배리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조기상환 평가가격을 밑돌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만기되는 홍콩 H지수 추종 ELS는 주가 하락으로 조기 상환이 어려울 수 있지만, 내년에 만기되는 상품들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