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장편 애니메이션 감독 27인은 “영진위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을 원래의 형태로 복구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며 “거대 자본과 축적된 노하우를 앞세운 미국, 일본 애니메이션 사이에서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가치를 만들고자 스스로 몸을 태워 힘겹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국내 창작자들에게는 마지막 보루가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린 것과 같은 잔혹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태생부터 하청산업이었다. 미국과 일본이 만든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보며 우리는 창작 애니메이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지적하면서 “TV시리즈 중심의 ‘뽀로로’와 유튜브 생태계 중심의 ‘핑크퐁’이라는 뛰어난 창작 콘텐츠를 만들었지만 극장, OTT 플랫폼용 장편 애니메이션에서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고민을 담아 만든 영진위 장편 애니메이션 지원사업이 업계 관계자와의 어떤 논의도 없이 폐지되었다는 소식에 깊은 절망감을 느낀다”면서 “(영진위의) 중편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장편 애니메이션 초기개발 제작지원, 그리고 본편(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으로 지원단계를 나눈 구성은 단계별 검증을 통해 실패를 줄이고자 만든 절박한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 지원사업을 일원화하겠다는 문체부의 방향에 대해서는 “장편 애니메이션은 영화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선언”이라면서 “’아바타’에서 라이브필름과 애니메이션을 자를 수 있느냐”, “전 세계가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구분 짓는 것이 아닌 서로를 완성하는 상호보완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과정에서 안타까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선 6월 문체부가 영진위가 예산을 방만하게 운영했다는 등의 내용을 문제삼은 것을 두고는 “올해만 해도 해외에서 단 한 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조차 만들 수 없는 30억으로 17개의 씨앗을 심은 이 사업이 어디가 방만한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들은 “애니메이션의 칸영화제라고 불리는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은 장편 애니메이션 ‘태일이’(홍준표 감독), ‘무녀도’(안재훈 감독)와 코로나 시국에 개봉하면서도 독립예술영화 흥행 1위에 올랐던 ‘기기괴괴 성형수’(조경훈 감독) 등 우리가 심은 씨앗은 눈에 보이게 발화하고 있다”면서 “이 씨앗을 짓밟지 말아 주달라”고 호소했다.
애니메이션 단체 6개가 모인 애니메이션 발전연대 역시 동시에 성명을 내고 “영진위 애니메이션 종합지원사업이 2024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되면서 해당 지원사업이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면서 “문체부의 영진위 애니메이션 지원사업 폐지는 애니메이션 창작의 씨를 말리는 졸속 결정”이라고 항의했다.
애니메이션 감독 등 영화인, 학계, 지지자 1만 80명의 연명을 받은 애니메이션 발전연대는 적극적인 대항을 지속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문체부는 앞선 6월 영진위 자체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애니메이션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 사업의 경우 영진위와 콘진원이 중복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행정력 낭비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도 양 기관에 각각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예산 삭감을 시사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