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역사’ 화물운송 업체 옐로, 전날 파산보호 신청
한국서도 법인 파산 급증
무디스 “투기등급 부도율, 올해 3.8%서 내년 5.1%”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기업 파산이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기업들의 동아줄이었던 저금리 부채는 이제 고금리 시대를 맞아 이들에게 폭탄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글로벌 부실자산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기업 파산은 계속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7월 미국 기업의 파산 건수는 402건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약 두 배 증가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3년 전 기록(407건)에 육박한 수준으로, 이때를 제외하면 10년 내 최다 기록이다.
파산 기업 대부분은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차입 부담 증대라는 공통된 문제를 갖고 있었다. 특히 불어난 부채에 재무환경이 악화하면서 무너진 기업이 상당수다.
전날 미국 대표 트럭운송 업체 옐로는 델라웨어주 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기업이 설립된 지 99년 만의 일이다. 내년 100주년을 준비하던 옐로는 노조와의 임금 갈등과 부채 문제로 지난달부터 사업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미국 화물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터라 2020년 연방정부로부터 7억 달러(약 9204억 원)에 달하는 구제융자도 받았지만, 파산 신청은 피하지 못했다. 해당 소식에 주가는 30.53% 폭락했다.
2018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데이비드브라이덜 역시 부채 급증 속에 재무 악화를 막지 못하면서 4월 다시 파산법원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 회사는 웨딩 드레스 전문 업체로 인지도는 높았지만, 수요 감소와 부채 증가로 재무 여건이 악화했다.
한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72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회생법원에 게재된 법인 파산 공고 목록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 이들 들어서만 40개사에 달한다.
전 세계 파산 기업은 더 늘어날 조짐을 보인다. 특히 저금리 시절 자금을 끌어다 쓴 투기 등급의 중소·중견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최근 실적을 발표한 미국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10%의 이자보상배율은 5.3배를 기록했지만, 나머지 90% 기업의 경우 1.6배에 그쳤다. 기업 90%는 벌어들인 돈의 절반 이상을 이자 갚는 데 쓰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전 세계 투기 등급 기업의 부도율이 6월 기준 12개월간 3.8%에서 내년 5.1%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13.7%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자체 집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부실자산이 5900억 달러를 넘어섰고 그 수치는 더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며 “이는 경제성장을 위협하고 신용 시장을 압박함으로써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