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바닥을 찍고 상승세를 탈 것이란 관측이 확대되고 있지만, 오히려 매물은 더 많이 쌓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완연한 상승 흐름을 타지 못한 상황이라 집을 팔려는 사람과 매수자 간 시각차가 크게 벌어진 게 이유로 꼽힌다.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는 시점에서 서둘러 차익을 실현하려는 수요도 매물 확대를 가속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아파트 매물은 45만4820건으로 열흘 사이 3.7%나 늘었다. 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하고 모든 지역에서 매물이 늘었다. 광주가 7.4%로 증가 폭이 가장 컸고 이어 전남(5.9%), 제주(5.2%), 경남(4.6%), 인천(4.1%), 경기(4%) 순이었다. 서울은 6만5898건에서 6만8449건으로 3.9%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의 지표와 전망이 하락보다 상승 쪽을 지지하고 있지만, 오히려 집을 팔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값 동향을 보면 8월 둘째 주(8월14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0.04% 상승하며 5주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서울은 13주 연속 상승했다. 전국 '대장 아파트'의 가격 변동률을 보여주는 KB선도아파트 50지수는 최근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근거로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고 반등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아직 폭이 크지 않을 뿐이지 서울을 중심으로 계속되는 가격 지표의 우상향은 이미 상승 흐름이 시작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집을 사고팔려는 사람들의 눈높이가 다른 것이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에도 매물이 쌓이는 이유로 거론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매도자는 부동산이 바닥을 찍고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으니 조금 더 높은 가격에 내놔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매수자는 여전히 가격이 높고, 한 번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상황"이라며 "서로 원하는 가격이 다르다 보니 계약까지 가지 못해 매물 소진 속도가 느리고 적체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수자들이 시장의 방향성을 뚜렷이 확인하고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는 이런 모습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송 대표는 "누구나 선호하는 지역이나 단지라면 빠르게 계약이 이뤄지겠지만 최근 시장에 나온 것 중에는 그런 매물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체적인 매물 숫자는 많지만, 그중에서 매수자가 매력을 느낄만한 곳은 적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기에 매도를 미뤘던 집 주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존보다 높은 가격에 매매가 이뤄지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시장이 매도자 열위에서 벗어나는 시점이라 제값을 받고 차익실현을 하려는 사람이 많아진 게 매물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직방의 자료를 보면 6월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의 상승거래 비중은 51.9%로 2021년 11월 이후 19개월 만에 50%를 넘겼고 신고가 비중은 올해 1월을 저점으로 상승하면서 지난달 9.81%까지 올라왔다. 신저가는 계속 줄면서 1.19%까지 떨어졌다.
권 팀장은 "경기 불안 등을 고려하면 집값이 급격히 오르지 않을 수 있지만 5월 말부터 가격 지표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급매물이 상당 부분 소진됐고 그런 만큼 가격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은 작다는 의미"라며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나온 집이라면 적극적으로 매수를 검토해볼 만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