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페이와 위챗페이로만 결제하는 불편함
억류, 구금 등 이유로 외국 정부가 주의하기도
중국인들도 경제적 이유 등으로 해외 여행 꺼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철회하고 국경을 다시 열었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은 비자 발급의 불편함과 항공편 부족,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로만 결제할 수 있는 독특한 금융 시스템과 언어 장벽 등으로 중국 입국에 머뭇거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특히 비자의 경우 대사관이나 지원 센터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 일이 빈번해 외국인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중국 비자를 받기 위해 16시간 넘게 줄을 선 사람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미국인이 중국 비자를 받는데 필요한 비용은 최소 185달러(약 25만 원)로 알려져 있다.
베이징 여행 가이드인 제이 리는 “요즘 자금성에서 외국인이 20~30명 정도 보인다면 많은 편”이라며 “대부분은 사업 때문에 중국에 오고 관광은 일부”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관광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이전의 약 20%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공편 부족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의 국제선 운항은 약 1400편 수준으로, 팬데믹 전인 2019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항공사들은 팬데믹 기간 급감한 수요에 항공편을 줄였다. 그 사이 경영난이 심화해 올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빠르게 증편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HSBC에 따르면 중국 3대 항공사는 상반기 약 130억 위안(약 2조375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0~2022년 이들의 적자 규모는 총 1900억 위안에 달했다.
미국과의 지정학적 갈등도 장애물이다. 이달 초 만다린오리엔탈그룹의 제임스 라일리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중국으로 유입되는 인파는 적다”며 “사람들을 오지 않게 하는 데는 광범위한 지정학적 갈등이 있다. 이 경우 갈등이 없을 때보다 유입되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가 운영하는 여행경보 사이트엔 중국과 관련해 “출국 금지와 부당한 구금 등 현지 법률의 자의적인 집행으로 인해 본토 여행을 재고하라”는 문구가 명시됐다. 호주 정부도 “중국 당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외국인들을 구금한 적 있으며 중국 내에선 고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중국인들도 해외에 나가지 않고 있다. 이들은 자국 여행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래곤테일인터내셔널이 4월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중국인 응답자 58%가 올해 해외여행 계획이 없거나 확신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들은 비자 발급의 어려움과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꼽았다. 또 본인들이 해외에서 비우호적인 대접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 결과 국제선과 달리 중국 국내선 교통량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당국은 올해 중국 내 여행 시장이 5조 위안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