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값 내렸지만…주력 제품 빼고 용량 줄인 ‘꼼수 인하’ 논란 [장바구니 물가 비상]

입력 2023-08-21 05:01수정 2023-08-2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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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 둔화세지만…기저효과 영향도 커

닭ㆍ우유 가격은 오름세 지속

▲지난달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라면을 살펴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정부가 식품업계를 압박해 주요 업체가 가격 인하에 나섰지만 주력 제품을 제외하거나 중량을 줄여 ‘꼼수 인하’라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달 1일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했다. 소매점 기준 1000원인 신라면은 50원, 1500원인 새우깡은 100원이 낮아진 것이다.

농심이 라면 가격을 내리면서 삼양‧오뚜기‧팔도 등 업체가 가격 인하에 동참했지만 비인기 품목에 한정됐다. 삼양의 불닭볶음면, 오뚜기의 진라면, 팔도의 비빔면 등 인기상품은 가격이 그대로인 식이다.

인기 있는 품목 가격 인하가 아니면 소비자가 체감하기 어려워 보여주기 식 행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값은 그대로지만 중량이 줄어 가격 인상 효과를 낸 곳도 있다. 해태제과는 고향만두와 하리보의 중량을 줄였다. 고향만두의 무게는 최대 16%, 하리보는 20% 감소했다.

오비맥주 역시 올해 4월부터 ‘카스’ 묶음팩 제품 용량을 3ml 줄여 판매하기 시작해 실질적 가격 인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사측은 “할인 패키지 제품의 가격 정책에 일부 변화가 생겨 할인 폭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가격인하 압박에 동참하지는 못하지만 대놓고 올릴 수는 없어 중량을 줄이는 쪽을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체들의 ‘꼼수 인하’로 인해 실질적인 물가 안정 효과는 적은 편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상품별 가격동향에 따르면 가격 인하를 발표한 농심 신라면(5입)의 이달 가격은 4297원으로 지난달에 비해 0.3% 늘었다. 가격 인하가 없었던 오뚜기 진라면(5입) 역시 지난달에 비해 0.75% 증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20(2020=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2021년 6월 이후 최저치지만 물가 둔화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점이 문제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크게 낮아진 것은 작년 7월 물가 상승률이 6.3%로 정점을 찍은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시민들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물가 인상에 부채질을 하듯 가격을 인상한 곳도 있다. 하림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냉장 닭가슴살 제품 가격을 올렸다. 지난해 8.8% 가격을 인상하고 중량을 10g 줄인데 이어, 올해 또 한 번 가격을 올린 것이다.

닭 사료값이 올랐고 조류독감‧장마 등으로 닭 살처분이 늘어 공급량이 줄었다는 게 하림 측 주장이지만 통계청의 닭 사육 규모를 보면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닭 사육 수는 1억9687만 마리로, 전년 1억9024만 마리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1분기 또한 1억7287만 마리로, 전년 1억7156만 마리보다 많았다. 하림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7% 오른 것을 보면 물가에 대한 고려 없는 행보라는 지적이다.

우유값 역시 들썩이고 있다. 우유자조금관린위원회는 지난달 원유기본가격을 리터(L)당 음용유 88원‧가공유 87원 올리기로 합의했다. 원유값이 오르면서 이를 원재료로 하는 흰우유의 가격 역시 3000원대로 덩달아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소비자와 기업은 같이 가는 것”이라며 “어려운 것은 함께 타개해 나가야지 가격을 올리거나 용량을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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