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등 외교 현안을 놓고 서로 다른 평가를 내놓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오염수 방류 결정을 ‘외교 실패’로 규정하고 비판을 쏟아낸 반면 국민의힘은 이같은 지적이 ‘가짜뉴스’라고 맞받으며 정부 방어에 주력했다.
이날 전체회의는 개의부터 쉽지 않았다. 오전 10시부터 열려야 했던 회의는 야당 위원들의 피켓 반입이 문제가 돼 1시간 이상 지체됐다. 민주당 위원들이 노트북 겉면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붙이자, 국민의힘 소속 김태호 외통위원장이 국회법을 근거로 피켓 제거를 요청했고 이에 민주당 위원들이 반발 퇴장했다.
또 처음으로 외통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영호 통일부장관을 두고, 장관으로서의 자격 여부가 도마에 오르면서 회의가 30분가량 늦어졌다. 야당 측에서는 미흡한 자료 제출과 김 장관의 대북관 등을 문제 삼으며 차관이 대신 출석해 답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당 위원들은 민주당 정권 때도 있던 일이다, 김 장관의 자질이 충분하다며 반박했다.
본격적으로 현안질의가 시작돼서도 여야는 정부의 외교 평가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방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국민 68%가 반대한다면 (정부가 ‘방류 찬성은 아니지만, 과학적‧기술적 문제 없다’는 식으로) 이렇게 말장난을 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이원욱 의원도 “리투아니아에서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회담할 때 국제원자력기구(IAEA)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고 하면서 ‘계획대로 방류를 이행한다면’이라는 표현을 썼다. 대통령이 방류를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느껴졌다”며 정부 입장에 대해서도 “굉장히 애매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은 오염수 방류 후에도 우리 해역은 안전하다며 과학적 기준과 근거를 강조했다.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은 “내일 방류하면 태평양을 돌아서 4~5년 후 한국, 우리 동해안에 도착한다는 게 전문가의 과학적 분석”이라며 “이 문제로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 당장 국민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듯이 하는 게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문재인 정부도 IAEA 기준을 말했고, 우리 정부도 그 기준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마치 윤 정부가 들어서서 모든 것이 새로 생긴 것처럼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한미일 정상회의를 두고도 야당은 ‘얻은 게 없다’는 취지로 지적을 이어갔고, 여당은 외교‧안보 등에서 포괄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황희 의원은 “3국이 공동 이익을 챙긴다고 하는데 미국한테 얼마 전까지 반도체를 당했고, 일본한테는 강제동원 피해국이 셀프 보상을 하고, 오염수 이렇게 처리한다”며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대한민국이 캠프데이비드 선언을 통해서 공동이익을 취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도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 3국 정상이 당연히 얘기했어야 한다. 미국 국방부가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한국 국민 가슴에 멍을 주는 일은 못 하게 막았어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그러나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그 이전의 한일관계가 개선되지 않았다면 성사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한미일 정상회의가 포괄적인 협력 체계를 제도화했다 이렇게 의미를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을 겨냥한 회의란 평가에는 “한국이 과거의 대중국 굴종외교에 대한 결별 선언인 동시에 반주권적 삼불약속 폐기의 개시 신호탄”이라며 “중국 협력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