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안전ㆍ법규를 관장하는 국제해사기구(IMO)가 탈(脫) 탄소 정책을 확정하면서 조선 시장이 친환경 선박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조선 업계도 세계 흐름에 맞춰 메탄올, 암모니아, 액화석유가스(LPG) 추진 선박 개발로 초격차 확보를 위한 돛을 펼쳤다.
24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IMO는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 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 연례회의에서 2050년 무렵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0)화 전략을 채택했다. 2008년 기준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50%까지 감축하겠다는 기존 방안을 100%로 강화한 것이다.
유럽연합(EU)도 내년부터 해운 분야에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적용한다. 선사들은 온실가스 배출 규모에 따라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5000GT(총톤수) 이상 선박은 2024년부터 배출량의 40%, 2025년 70%, 2026년 100%를 구매해야 한다.
해상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선사의 친환경 선박 발주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먼저 주목 받는 선박 추진 연료는 메탄올이다.
이미 세계 2위 해운 업체인 덴마크 머스크(MAERSK)가 세계 최초로 메탄올 추진 선박의 항로 투입을 앞두고 있다.
메탄올 추진선은 차세대 친환경 선박 연료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 연료인 벙커C유보다 황산화물은 99%, 질소산화물을 80% 줄일 수 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25%까지 줄일 수 있어 탄소 중립 시대 연료로 주목 받고 있다.
한국LNG벙커링산업협회에 따르면 메탄올 추진선은 지난해 35건 발주에 그쳤으나, 올해(1~7월) 122척의 건조 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기간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이 222건에서 73건으로 줄어든 것에 대비된다.
메탄올 추진선 발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암모니아 추진선도 곧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암모니아 추진선은 메탄올 추진선보다 더 적은 탄소를 배출한다.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아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조선사들이 차세대 친환경선으로 주목하고 있다.
국내 조선 업체들의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19일 세계 최대 규모 액화 이산화탄소 운반선을 수주했다. 이 선박은 향후 암모니아 추진 선박으로 변경할 수 있는 ‘암모니아 듀얼 퓨얼 레디(Ammonia DF ready)’를 적용했다.
최근 2조 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한 한화오션은 6000억 원을 투자해 암모니아와 메탄올, 수소 기반의 ‘친환경 추진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2025년까지 암모니아 추진 방식의 9만1000㎥(세제곱미터)급 LPG 운반선, 2만4000TEU(1TEU는 20피트 분량 컨테이너 1대분)급 컨테이너선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거제조선소에 암모니아 추진선 종합 연구개발 신규 설비를 착공했다. 실증설비에는 실선화에 필요한 연료공급 시스템, 재액화 시스템, 배출 저감 시스템의 파일럿 설비를 모두 갖출 예정이다. 올해 연말까지 실증설비를 완공하고 시험 운전을 거쳐 시나리오별 테스트를 시작한다.
최근 국제 기준이 마련된 LPG 추진 선박도 조만간 크게 확산될 전망이다.
IMO는 6월 영국 런던에서 107차 해사안전위원회(MSC)를 열고 LPG 추진 선박 국제 기준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IMO 195개 회원국은 친환경 LPG 선박 잠정 기준을 확정했다.
그간 국내에서는 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에 대한 건조 및 연료 공급 기준이 없어 선박 건조 및 운항이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승인에 따라 LPG 선박에 대한 국내 법규 마련도 탄력을 받게 됐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부터 에너지 절감형 친환경 LPG 어선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16톤급 어장 양식장 관리선을 2025년까지 제작할 계획이다. 700마력 LPG 엔진을 탑재한 어선은 기존 디젤 선박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배출가스로 인한 대기오염 및 디젤 누출 시 해상오염 등을 방지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실증을 거쳐 2026년부터 보급될 계획이다.
우영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선박의 경우 차와 달리 높은 출력이 필요해 관련 기술 연구를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국제 해운 부문에서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LPG 연료를 시작으로 향후 수소 등 선박 연료 다변화의 기틀을 마련한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