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 매입 위법”…효력정지 가처분
롯데 “6년 전부터 검토…절차 적법”
태광산업이 롯데홈쇼핑(법인명 우리홈쇼핑)의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본사 건물과 토지 매입 계획에 반대의 뜻을 밝히면서 양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의 사위로 두 기업은 사돈 관계다.
태광산업과 계열사들은 롯데홈쇼핑 지분 44.9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1대 주주인 롯데쇼핑은 롯데홈쇼핑 지분 53.5%를 갖고 있다.
29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태광그룹이 22일 제기했던 롯데홈쇼핑의 이사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과가 이번 주 내로 나올 전망이다.
앞서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어 그동안 임차해온 양평동 본사 건물과 토지를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로부터 2039억 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그간 건물을 임차해 사옥으로 사용 중이었으나 업무 편의성, 효율성 저하로 자체 사옥 확보 방안을 검토했고 이번 사옥 매입을 결정했다는 게 롯데홈쇼핑 측의 설명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2017년부터 자체 사옥 확보 방안을 검토했으며, 직원 복지 증진, 미래가치 상승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적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한 달간 감정평가를 받아 인수액을 산정했고, 태광 측 이사 네 명이 참석한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안건”이라고 밝혔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전 회장이 14일 특별사면으로 경영 복귀 수순을 밟으며, 뒤늦게 롯데홈쇼핑의 사옥 매입 사실을 알고 이사회 결정에 반대를 표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실제 태광 측은 지난 23일 1차 입장문을 통해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데 이어, 28일에는 2차 자료를 통해 이사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실까지 언론에 공개했다.
태광 측은 23일 입장문에서 “롯데홈쇼핑은 현재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올해 1분기에도 실적이 급감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별 불편 없이 사용 중인 사옥을 매수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부동산 시장 동향을 비롯한 거시경제 지표에 따른 손실 발생 우려, 영업상 부실 발생을 대비한 유동성 확보 등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이번 사옥 매입은 태광 측 이사가 모두 참여해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된 건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결과를 갑자기 번복하는 배경이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며 “태광산업 등은 여전히 롯데홈쇼핑의 2대 주주다. 언론 등을 통해 과도한 감정싸움으로 비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가처분 신청은 두 그룹이 롯데홈쇼핑을 두고 벌이는 두 번째 법정 공방이다.
1차 공방은 17년 전인 2006년 7월, 롯데쇼핑이 당시 매물로 나와 있던 우리홈쇼핑 인수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우리홈쇼핑 2대 주주였던 태광산업이 롯데쇼핑의 인수를 반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결국 롯데홈쇼핑이 약 4400억 원에 우리홈쇼핑을 인수하면서 태광산업의 반대는 무위로 돌아갔다. 이후 태광산업이 서울행정법원에 롯데쇼핑의 우리홈쇼핑 인수를 취소해달라고 소송도 냈지만, 약 5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