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담 1.5조원 넘어
업계 반발 “재택근무 등 업무환경 변화도 고려해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초과근로 수당 적용대상을 연봉 5만5000달러(약 7268만 원) 미만 근로자로 확대하기로 했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는 주당 1059달러, 연간 5만5068달러 미만을 받는 급여 근로자에게 초과 근로 수당을 보장하는 내용의 규칙 제정 통지를 발표했다. 이는 2020년에 설정된 현행 초과근로 수당 적용기준 연봉 3만5568달러보다 약 2만 달러를 끌어올린 것이다.
줄리 수 노동부 장관 대행은 “이 나라 근로자 권리의 초석은 주 40시간 근무이고, 이를 초과하면 더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많은 근로자가 추가 수당 없이 장시간 근무하면서 희생에 대해 보상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들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시간제 근로자에게 초과근로 수당을 지급한다. 다만 고위임원이나 관리직, 전문직 등은 초과근로 수당 지급 대상이 아니다. 이에 노동부는 급여 기준을 설정해 해당 기준보다 낮은 경우 대부분 근로자가 회사에서 역할과 상관없이 초과근로 수당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규직 근로자 평균 연봉에 미치지 못하는 상당수 근로자가 현행 소득 기준 때문에 초과근로 수당을 받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최근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여파에 몇 년간 미국 근로자 임금이 급속히 오르면서 초과근로 수당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근로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5만7000달러 정도다. 이에 소득기준선을 상향 조정해 더 많은 사람이 초과근로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이번 적용 대상 확대로 360만 명의 근로자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대로 고용인은 12억 달러(1조5800억 원)의 부담이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노동부는 또 물가를 반영하기 위해 3년마다 초과근로 수당 적용 대상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와 탄력 근무제 도입 등으로 근무 환경이 달라진 상황에서 기업들의 부담만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부가 이번에 발표한 규칙 제정 통지는 60일간의 공개 의견 수렴 기간을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나 주(州) 정부가 법적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다. 과거 2016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초과근로 수당 지급 기준선을 4만7476달러로 인상을 추진했으나, 연방 법원이 이의를 제기한 주정부와 기업의 손을 들어주면서 가로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