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없어도 순직 인정 될 수 있어야”
서울 서이초에서 사망한 교사의 유족이 고인의 순직 처리를 청구했다. 고인이 비교적 어린 나이에 1학년 학급을 맡고, 문제학생 지도로 스트레스를 받아 사망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유족 대리인 문유진 변호사(법무법인 판심)는 31일 오전 11시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순직유족급여 청구서’를 접수하며 “선생님 나이가 24세고, 업무도 처음부터 1학년을 맡아 선생님이 지도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며 “이 사건을 맡으면서 어른들이 24살 선생님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워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문 변호사는 “문제 학생 지도와 나이스(NEIS·교육행정 정보시스템) 업무로 고인이 맡은 업무는 일반 교사가 홀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 있었다”며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한에 이른 순간 ‘연필사건’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학부모의 민원, 개인핸드폰으로의 학부모의 항의가 지속돼 24살의 사회 2년차인 고인은 이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연필 사건은 지난 달 12일 고인이 담임을 맡은 반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를 연필로 그은 사건을 말한다.
이어 “고인이 연필사건으로 느낀 두려움은 개인용 휴대전화로 오는 학부모 민원에 ‘소름끼친다’는 반응을 보이며 안절부절못하는 행동에도 여실히 드러난다”며 “그 결과 고인은 연필사건 발생일로부터 불과 5일이 지난 달 17일 오후 9시 퇴근도 하지 못한 채 자신이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실에서 사망하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연필사건 관련 학부모에 대한 범죄 혐의를 찾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지난 14일 서울경찰청은 “종합적으로 볼 때 사망 동기와 관련해 (학부모의) 범죄 혐의로 포착되는 부분은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순직 인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문 변호사는 “순직 인정절차는 업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가 정상적인 인식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려 자해행위에 이르게 됐을 때 인정 받을 수 있는 행정적 절차”라며 “고인 선생님에 대한 순직 인정 여부는 학부모에 대한 범죄혐의 인정과는 필연적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순직 인정이 안 된다면 ‘나는 누구 때문에 죽음을 택한다’는 유서가 없으면 안된다는 것”이라며 “이정도 사안이면 충분히 공무상 재해로 사망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접수된 순직 신청은 교육당국 의견서를 첨부해 공무원연금공단으로 넘겨진 뒤, 인사혁신처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서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