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규 의원 등 ‘가맹사업법’ 개정안 발의…계약갱신요구권 기한 삭제
본사 측에 과도한 부담·형평성 문제 지적도
아디다스 측 “시장 환경 변화 따른 것…미갱신이지 중도 해지 아냐”
본사 측의 일방적 계약 해지 통보로 촉발된 이른바 ‘아디다스 사태’에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성토하면서 정치권이 움직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관련 사안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하면서 가맹사업법 개정 등 입법적 논의도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앞서 지난해 1월 아디다스코리아는 가맹점주 100여명 중 19명만을 ‘퓨처 파트너’로 남기고, 나머지 80여명 점주들에겐 2025년 6월까지 가게 문을 닫으라며 계약 해지 통보를 한 바 있다. 본사 측은 이들에게 2024년까지만 상품을 공급한다는 공문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가맹점주들은 당장 생계가 곤란해졌다고 호소하는 상황이다.
물품 강매 등 본사 측의 ‘갑질’에 시달렸다는 성토도 나온다. 본사가 인기 제품은 직영점이나 온라인몰에만 몰아주고, 가맹점엔 제품 수량과 사이즈를 마음대로 지정해 구매토록 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은 “본사가 강제 할당 하는대로 주문을 수정하지 않으면 발주 자체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가맹본부와 점주 사이의 관계와 역할 등을 명시한 가맹사업법(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단 요구가 나온다.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한규·한병도(더불어민주당)·성일종(국민의힘)·양정숙(무소속) 의원 등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각 개정안에는 가맹본부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가맹점주들에게 ‘필수 물품’에 해당하지 않는 물품을 강매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담겼다.
특히 김한규·한병도·성일종 의원안의 경우, ‘필수 물품’을 ‘가맹본부의 상표권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물품’ 등으로 규정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본사 측이 필수품목을 과도하게 지정해 유통 마진을 수취한단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계약갱신요구권의 기한을 없애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한규·한병도 의원안은 현행 가맹사업법 제13조 제2항을 아예 삭제하도록 했다. 해당 조항에는 ‘가맹점사업자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 가맹계약기간을 포함해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를 삭제함으로써 점주가 기간 제한 없이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개정안이 본사 측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타 법률과의 형평성 문제도 생길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곽현준 전문위원은 지난 2월 김 의원안에 대한 검토보고에서 “계약갱신요구권을 기간 제한없이 보장하는 것은 형평성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고, 사적 자치에 대한 과도한 제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행 하도급법, 대리점법, 대규모유통업법의 경우 가맹사업법과 유사하게 사업자 간 지속적 거래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고, 똑같이 초기에 상당한 자본 투자가 필요함에도 계약갱신요구권을 따로 보장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아디다스 사태가 다시 재조명됨에 따라 국회 차원의 대책 마련과 법안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아디다스전국점주협의회 등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무위원회 위원으로서 사안의 심각성과 긴급성을 감안해 하루 속히 아디다스 측의 불공정 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그에 따른 명확한 조치와 처분이 내려질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에) 요구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아디다스 측은 계약 해지 건과 관련해 본지에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보다 효율적인 유통구조로 개선하고자 하였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아디다스 측은 “아디다스는 공정한 절차를 통해 2025년 이후 지속적으로 사업관계를 이어 나갈 ‘퓨처파트너’를 선정하여 2022년 4월에 발표했다”면서 “부득이 선정되지 못한 점주들에겐 2025년 6월까지 현재 운영하는 아디다스 매장을 유지하며 브랜드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음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점주들과의 계약 중도 해지가 아닌, 계약 기간 만료 시 계약 미갱신 안내를 드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가맹점주들의 파산 주장과 관련해선 “일부 점주 분들은 다행히 새로운 기회를 찾아 사업구조를 이미 전환하셨으나, 그러함에도 여러 점주들에게 부득이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하여 심심한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답변했다.
한편, 지난 3월 아디다스는 ‘2022년 실적 및 2023년 실적 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7억유로(약 9700억원)의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망대로라면 아디다스는 연간 단위로는 31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