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망사용료 지불 두고 “비밀”…업계선 지불 했을 것으로 관측
CP, ISP에 망사용료 지불 유의미…법적 판단 없는 아쉬움은 남아
“내년 상반기부터 SKB-넷플릭스 SKT-넷플릭스 결합 상품 출시”
망사용료 문제를 두고 4년여에 걸쳐 법적 다툼을 이어온 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가 종지부를 찍고 극적으로 합의했다.
양사는 법적 공방의 핵심이었던 망 사용료 지불 여부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콘텐츠사업자(CP)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게 된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끝까지 법적 판단은 받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으면서 망 사용료 지불에 관한 논쟁은 국ㆍ내외에서 더 거세질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18일 SKB와 넷플릭스는 이날 오전 서울고등법원을 찾아 서로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과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취소 서류를 제출하고 모든 절차를 완료했다. 이는 15일 넷플릭스 서울 종로구 넷플릭스코리아 오피스에서 ‘고객 편익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데 따른 결과다. 협상에는 SK브로드밴드와 그 모회사인 SKT, 넷플릭스까지 3사가 모두 참여했다. 이제 3사는 실무적 차원에서 내년 상반기부터 결합 상품을 내놓기 위해 협력할 방침이다.
합의는 소송에 따른 법적 비용과 망 사용료를 둘러싼 각 사의 이해득실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갈등 구조는 양 사업자에 부담이 컸다”며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는 게 부담이었을 것이고, 통신사 입장에서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데 Btv에 넷플릭스가 나오지 못하는 리스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합의의 관건은 망 사용료 지급 여부다. 전세계 통신업계에서 ‘글로벌 빅테크의 망 투자 공정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양사는 모두 “비밀 조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SKB에 망사용료를 지불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넷플릭스가 SKB에 내야 할 망 사용료가 최소 4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양사의 합의점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넷플릭스가 SKB에 망사용료를 주는 조건으로 함구하기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넷플릭스가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망 사용료를 냈다 했을 때 다른 나라에서도 내게 되는 등 후폭풍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는 사실상 CP가 ISP에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모양새로 마무리된 측면이 있으나 해당 분쟁은 지속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끝내 법적 판단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선 이와 관련된 법안이 8개 발의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망 무임승차 방지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달 말 ‘보편적 서비스 기금(universal service fund)’ 법안이 상원에서 발의될 예정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망이용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제도개선은 여전히 필요하다”며 “미국과 EU 등 글로벌 동향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제도 정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번 사례로 망 사용료 논쟁을 기업들 간 자율적 계약으로 해결하는 것에 회의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이번 논쟁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였는데, 법적인 조치가 이뤄진 게 아니다 보니 결국 사업자끼리 해결하기에는 어렵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