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미국 바이든 정부의 암 정복 프로젝트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캔서엑스(Cancer X)’란 이름으로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모인 이 협력체에서 어떤 실리를 챙길지 주목된다.
2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진단 기술력을 가진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캔서엑스 멤버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캔서엑스는 바이든 정부의 캔서문샷(Cancer Moonshot) 프로젝트를 촉진하기 위해 미국 모핏암센터와 디지털의학학회가 주축으로 설립한 공공-민간 협력체다. 캔서엑스에는 존슨앤드존슨와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엠디앤더슨 등 암센터, 인텔과 아마존 등 IT 업체들도 참여한다.
캔서문샷은 앞으로 25년간 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최소 50%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책이다. 정책적 지원과 함께 암 치료제와 진단 등 혁신기술 도입을 위해 연간 18억 달러(약 2조3000억 원)를 투자하고 있다. 특히 암 정복을 위해 조기진단의 중요성과 진단검사의 확대 필요성을 강조한다.
비엘팜텍의 자회사 비엘사이언스는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는 ‘가인패드’로 최근 캔서엑스에 합류했다. 생리대 형태의 검사키트인 가인패드는 인유두종바이러스와 질염 및 성매개 감염병을 분석한다. 올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미국은 여성 질환 진단을 받으려면 주치의 진료 후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고, 검사기관 검사에 의뢰한 다음 결과를 통보받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최종 진료까지 최장 2~3개월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가인패드는 수일 내 이메일이나 SNS 등으로 검사 결과 확인이 가능한 강점이 있다.
비엘사이언스 측은 “가인패드의 검사방식은 안전하고 손쉽게 자가 검사를 할 수 있는 완전한 비침습적 진단키트”라며 ”미국 의료환경의 특수성 때문에 ‘가인패드’가 미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HLB그룹이 인수한 HLB파나진은 인공 유전자 소재를 활용한 암 분자진단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달 캔서엑스에 합류했다. 펩타이드 합성으로 만든 인공 DNA인 ‘PNA(펩타이드 핵산)‘을 개발, 이를 기반으로 폐암과 유방암, 갑상선암 등의 정밀 진단키트를 판매 중이다. PNA는 안정성과 결합력이 높아 미량의 표적유전자 변이도 빠르게 검출, 증폭시키는 등 정확도가 높은 점이 특징이다.
HLB파나진은 이를 발판으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선다. 이미 여러 국가에 PNA 소재를 수출하고 있어 분자진단 제품의 경쟁력도 빨리 확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HLB그룹은 HLB파나진이 미국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미국 FDA 허가심사에 들어간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과 함께 미국 내에서 암 관련 치료와 진단이란 양쪽의 인지도를 끌어올린단 방침이다. 아울러 PNA 기술력을 활용해 항암치료제 개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암 분자진단 기업 젠큐릭스는 차세대 PCR 기술로 알려진 디지털 PCR 기술을 활용한 동반진단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디지털 PCR은 정확도가 기존 플랫폼들보다 뛰어나 연구 분야에서는 활발히 사용됐지만, 의료 현장에서 실제 환자 대상 진단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높은 기술 난이도로 인해 성과가 제한적이었다.
젠큐릭스는 이런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동반진단 검사 ’드롭플렉스(Droplex) 시리즈를 개발, FDA 허가를 추진 중이다. 또한, 디지털 PCR 기술을 바탕으로 미세잔존암 진단(MRD)과 액체생검 조기진단 분야로도 사업을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