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국제경제부 부장대우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포함한 주요 외신은 파업의 여파, 특히 반사이익에 집중합니다. “UAW 파업의 조용한 승자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라는 분석마저 내놓고 있으니까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탤란티스 등이 파업하면서 신차를 생산하지 못하면, 그 틈을 노려 테슬라를 비롯해 한국차와 일본차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들입니다.
그뿐인가요. 빅3의 임금이 오르면 테슬라와의 생산원가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꾸준히 나옵니다.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UAW 파업으로 인해 테슬라, 나아가 한국차가 누릴 수 있는 반사이익은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금융투자업계나 자동차 전문가는 물론, 반사이익의 당사자로 지목된 현대자동차조차 그렇게 말합니다. 대외적인 멘트가 아닙니다. 냉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동향보고용 내부 자료가 그렇게 말합니다.
이유를 들어보면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먼저 GM이 파업을 시작한 미주리주 웬츠빌 공장은 중형 트럭과 풀사이즈 밴을 생산합니다. 포드의 파업공장(미시간 웨인공장)도 중형 픽업트럭 레인저를 주로 생산합니다.
스텔란티스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인데요. 파업에 나선 오하이오 공장은 지프 랭글러의 픽업트럭인 ‘글레디에이터’를 생산 중입니다. 심지어 현대모비스는 이 공장 바로 옆에 자체 공장을 세우고, 이 차에 들어가는 하체를 통째로 만들어 납품 중입니다. 이른바 ‘언더보디 모듈 공급’입니다. 반사이익은커녕 파업 여파를 고스란히 받고 있지요.
한국차가 누릴 수 있는 반사이익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은 또 나옵니다. 경쟁사가 픽업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데 현대차의 픽업 트럭은 현지생산 중인 ‘싼타크루즈’ 한 가지에 불과합니다.
나아가 미국 픽업 고객 대부분은 브랜드 충성도가 꽤 높습니다. 한번 쉐비 픽업을 고집한 이들은 포드 F-시리즈 픽업에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스텔란티스의 픽업 브랜드 ‘램(RAM)’을 골랐다면 꾸준히 램 트럭만 재구매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지요.
UAW 파업의 반사이익 대상으로 손꼽힌 테슬라 역시 픽업트럭이 아직 없습니다. 무엇보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픽업 고객이 픽업을 버리고 전기차 테슬라를 고르는 일은 흔치 않다는 것도 중론입니다.
주요 외신의 보도를 보면 UAW는 사태의 장기화를 대비해 추가 파업도 고려 중입니다. 다음 파업의 대상 역시 픽업트럭 공장들이 후보로 떠올라있습니다.
물론 여파가 확산하고 빅3의 미국 공장 전체가 셧다운 된다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그러나 내년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간과할 리 없습니다. 정치 논리를 앞세워 거대 표밭인 UAW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 역시 UAW를 거들고 있기도 합니다.
일각에선 “장기적으로 빅3의 임금이 오르면 반사이익이 있지 않겠느냐”는 반문도 있습니다.
UAW는 향후 4년간 약 40%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40%의 임금 인상은 절대 적지 않은 수준입니다. 다만 빅3 연봉이 그만큼 오르는 사이 경쟁사 연봉이 그 자리에 멈춰있을 리 없습니다.
올해 현대차는 임단협 합의를 통해 역대 최대 성과급 지급에 합의했습니다. 이를 연봉인상률로 바꿔보면 1년 만에 12% 인상된 수준입니다. 4년 동안 40%를 올려달라는 UAW 주장과 비교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는 사이 언론들은 꾸준히 반사이익을 거론 중입니다. 이와 달리 냉정한 금융투자업계는 줄기차게 “반사이익은 제한적”이라고 말합니다. 맹목적으로 반사이익에 기대를 거는 투자심리가 자칫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의미, 나아가 경고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