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전환한 뒤 지역경제가 활성화 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소상공인 업계가 강하게 반발했다. 정치권에선 대형마트의 휴일ㆍ새벽 온라인 배송 규제를 풀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야당과 온라인ㆍ중소상인들이 대립하며 맞서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은 26일 입장문을 통해 “대구시는 지난 2월 지역 소상공인들의 강력한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전환했다”며 “지난 19일 대구시의 광역시의 보도자료는 지역경제 상생발전을 바라는 소상공인의 소외감을 더욱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구시는 2월 행정예고 및 의견수렴 행정 절차 등을 통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해 시행했다. 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한 뒤 6개월 간의 효과를 분석해 지난 19일 공개했다.
조사 결과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둘째ㆍ넷째주 일ㆍ월요일 매출은 52.9%, 전체 기간 매출은 6.6% 증가했다. 전체 기간 동안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 매출은 지난해 동기대비 19.8% 올랐다. 의무휴업일을 일요일로 유지하고 있는 인근 지자체(△부산 16.5% △경북 10.3% △경남 8.3%) 등과 비교할 때 매출 증가세가 더 높다. 시는 지역 상권과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봤다.
대형마트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슈퍼마켓의 경우 둘째·넷째주 일요일 매출은 1.6% 감소했지만, 대형마트가 쉬는 월요일에는 매출이 16.3% 증가했다. 반면 전통시장의 매출 증감 수준은 둘째ㆍ넷째주 일ㆍ월요일과 전체 기간 매출 모두 30%가 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시는 과도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공연 측은 ‘대형마트의 매출 독점화’라고 반박했다. 둘째ㆍ넷째주 일ㆍ월요일 매출에서 소매업(18.0%), 슈퍼마켓(6.9%), 농축수산물전문점(10.8%) 등 대다수의 소상공인 매출 증가율은 10%에 그친 반면 대형마트는 52.9%의 증가율을 보였다는 것이다.
소공연 관계자는 “대형마트에 소비가 쏠려 매출을 독점화하고, 소상공인은 줄어드는 매출에 고사하는데 대구시는 진정 긍정적인 경제 효과로 평가하는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건전한 유통 질서 확립과 중소유통업의 상생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며 “지역 내 32만 소상공인 사업장과 대형마트가 공존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은 대구와 청주 등 일부 지방에서만 이뤄지고 있다.
정치권와 업계 일부에선 대형마트의 온라인 규제 풀기에 나섰지만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을 두고 여야 및 업계가 대립해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개정의 핵심은 대형마트의 온라인 영업시간 규제(자정~오전 10시)를 푸는 것이다. 대형마트는 현재 의무휴업일과 야간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없다. 쿠팡·마켓컬리 등 e커머스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주요 대형마트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으로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이 막힌 상태다. 유통업체들은 이를 유통업계의 간판 규제로 꼽고 있다.
이같은 규제에 대한 해소에 소상공인 업계도 손을 잡았다. 정부와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이 지난해 ‘대·중소유통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중소 유통사들이 우선 순위를 각각 규제 해소와 상생에 다르게 맞추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 역시 지난달 킬러규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규제 제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야당은 법 개정 시 대형마트, 쇼핑센터가 물류기지가 돼 심야배송과 새벽배송, 로켓배송 등이 이뤄져 골목상권에 피해를 줄 것으로 보고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