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추석 연휴 기간 휴장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해외시장에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미국 증시가 부진하자, 저가 매수를 고려 중인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9월 서학개미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상장지수펀드(ETF)(SOXL)를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27일(국내 시각) 기준 순매수 규모만 1억 3690만 달러(약 1852억 원)에 달한다. 이 ETF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하루 변동폭을 3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SOXL에 이어 서학개미 순매수세는 △엔비디아(1억923만 달러) △애플(1억0893만 달러)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국채 불 3배 ETF(TMF)(6809만 달러) △인베스코 나스닥 100 ETF(QQQM)(5967만 달러) 등 순으로 이어졌다.
TMF는 미국 장기국채의 하루 가격 움직임의 3배에 베팅하는 ETF고, QQQM은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이 같은 매수세는 서학개미의 저가 매수 심리에 따른 거래 양상으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 증시가 내림세를 보이며 해당 종목들도 하락하자, 현재를 바닥으로 보고 매수에 나선 것이다.
최근 미국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커지며 미국 증시는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실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경우 9월 초보다 9% 넘게 하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7% 가까이 하락했다. 이들 지수의 하락세는 서학개미가 많이 사들인 SOXL과 엔비디아 등과 관련있어 서학개미들이 저점 매수에 나섰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서학개미의 예상대로 미국 증시는 바닥을 찍고 하반기 반등할 수 있을까. 증권가에서는 10월을 저가 매수로 기회 활용하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에 대해 “악재가 소화되고 실적으로 시선 전환이 이뤄진다면 상승 기조 복귀에 무리가 없는 가격대”라며 “11월 이후 실적이 견인할 방향성을 염두에 두고 10월의 변동성을 저가매수로 이용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상원이 26일(현지 시각) 내년도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해 연방정부의 셧다운(폐쇄) 우려가 커진 점은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의 재정지출이 과도한 부분이 있고 부채 규모도 너무 커졌다”며 “연휴 기간 임시예산안이 타결되며 최악의 상황은 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만, 그것은 문제를 연말로 지연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증시가 많이 빠지긴 했고, 연휴 기간의 헤지(위험 회피) 수요와 셧다운 리스크를 미리 반영한 감이 없지 않다”면서도 “과거 사례와 미국 재정 문제를 고려하면 굳이 리스크를 지고 갈 필요도 없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한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자, 주요 증권사들은 추석 연휴 기간에도 해외 주식거래를 쉬지 않고 제공하겠다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미래·한국·NH·삼성·메리츠·KB·하나·신한·대신·키움)와 삼성증권 등이 연휴에도 해외주식 데스크를 운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