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증권사 PF손실 규모 1조4000억~2조8000억 추정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악화하는 가운데 충당금 적립 등 자체 대비책은 충분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금융업권 내 부동산 PF에 내재된 위험이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닌 만큼 대응력에 차이가 나는 중소형 증권사들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23개 증권사들의 요주의이하자산은 6조 원(건전성분류대상자산 중 3.6%), 고정이하자산은 3조3000억 원(2.0%)으로 집계됐다. PF익스포저(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금액, 대출채권+채무보증) 중에서 요주의이하자산과 고정이하자산은 각각 2조8000억 원, 1조1000억 원이다. ‘요주의이하자산’ 규모는 증권사들의 자산 부실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로, 신용평가 기준 중 하나로 사용된다.
반면, 올 6월말 충당금 커버리지비율(충당금/고정이하자산)은 75%, PF익스포저의 충당금 커버리지비율은 53%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효섭 한기평 책임연구원은 “충당금 적립 규모가 확대되고 있으나 고정이하자산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충당금 커버리지 비율 개선폭은 제한적”이라며 “담보가액 등을 근거로 실제 충당금 규모가 크지 않은 것도 낮은 충당금 커버리지 비율의 원인이다. PF부실이 심화될 경우 충당금 추가 적립 부담이 확대될 수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PF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6월말 기준 금융권 전체 부동산PF 연체율은 2.17%로 3월말(2.01%) 대비 0.16%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2월말(1.19%)과 견줘서는 0.9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내년 2분기 만기 도래 시점에 PF익스포저의 차환이나 PF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23개 증권사가 보유한 PF익스포저 24조 원 중 내년 6월 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익스포저는 절반 수준인 11조9000억 원이다. 이중 브릿지론은 7조3000억 원 규모로 전체 브릿지론 익스포저의 9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창원 한기평 실장은 “브릿지론의 경우 이미 만기연장된 익스포저 비중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되며, 재차 만기가 돌아오는 시점에 차환 또는 PF 전환에 실패하면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브릿지론 익스포저의 높은 중·후순위 비중을 감안할 때, 건전성 관리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기평 시나리오 분석 결과 당장 내년 6월말 만기 도래하는 증권사의 PF손실 규모는 1조4000억 원에서 최대 2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중소형사·소형사는 PF손실로 인한 재무부담 수준과 대응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만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 책임연구원은 “중·후순위 익스포저 비중과 부동산 PF가 전체 영업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PF 리스크 대응력은 차이가 나타났다”며 “앞으로 다가올 1년, 증권사는 PF리스크에 대응하여 자본완충력과 수익창출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금융당국의 효과적인 정책 실행 여부, 시장금리 방향성, 부동산 경기 및 조달시장 안정화 여부가 PF리스크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