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실적 미리 보니…바닥 다진 ‘電’ 가속 밟는 ‘車’

입력 2023-10-0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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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황선희)

올 4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현대차 실적이 개선 추세를 이어가며 전반적인 분위기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예상보다 빠르게 나아질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상장사 4분기 예상 성적은 ‘불황형 흑자’

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추정치를 제공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88곳의 4분기 예상 매출액은 총 630조150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4% 줄어든 규모다. 반면 예상 영업이익은 41조361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배 넘게 늘어날 전망이다. 순이익도 44.68% 증가한 28조6027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 같은 양상은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상장사들이 과거보다 상품을 더 팔고 외연을 확대하는 식으로 실적을 높인 게 아니어서다. 불황형 흑자의 경우 경기 침체 우려로 기업들이 연구개발이나 인건비, 광고비 등 내부 비용을 아껴 수익을 올렸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기업이 외연 성장을 이루지 못한 채 당장 직격타 위기만을 모면하면 내년 역성장 우려가 커진다는 점이다. 이미 연준은 매파(긴축) 기조를 지속할 뜻을 밝힌데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경기 둔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기업 실적 부진이 지속된다면 경기 회복이 어려울 공산이 크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국내외 통화 긴축이 진행된 이후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역사적 평균인 80을 큰 폭으로 밑돈 70 초반 수준”이라며 “늦어도 11월에는 수출이 전년보다 플러스 반전될 것이라는 경제부총리 발언에도 반도체 재고 사이클 개선에 대한 확인 심리가 강하다”고 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전산업 BSI는 73을 기록했다. BSI는 경영 상황에 대한 기업가의 판단과 전망을 지수화한 수치다. BSI가 100 이상이면 경기 전망이 긍정적,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이란 의미다.

코스피 시총 상위 대기업 순이익 ‘반토막’...희망도 보인다

국내 경제의 지지대 역할을 해주는 대기업은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곳의 순이익이 반토막 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들 기업의 4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총 11조17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07% 하락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5.33%, 46.9%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기둥인 반도체 부진의 터널이 끝을 보인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시총 1위 기업 삼성전자는 4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넘게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0.9%, 10% 하락할 전망이다. 다만, 오는 11일께 3분기 실적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80%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영업이익과 견줘보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3분기 전망치 역시 올 1, 2분기보다는 크게 나아진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특히 4분기에는 감산 효과 본격화로 글로벌 D램 시장이 공급 과잉에서 공급 부족으로 바뀌며 D램 가격이 3분기 대비 17.8%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에 따른 고대역폭 메모리(HBM) 성장세도 실적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3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 예상치 모두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현대차와 기아는 4분기에 환율 효과의 부정적 영향에 노출될 것으로 보이지만 고부가가치 중심의 내수와 미국 수출 비중 증가세가 지속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현대차는 4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6% 늘겠지만, 기아는 2.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현대차의 경우 각각 40조9379억 원, 3조4505억 원, 기아의 경우 각각 25조4859억 원, 2조8315억 원이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과 네이버 등은 실적 개선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4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 추정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63.4%, 116.7% 증가할 전망이다. 네이버도 각각 20.6%, 143%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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