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1%·코스닥 4% 하락…원·달러 환율 1363.5원 연고점 경신
글로벌 금융시장이 미국 국채(10년물) 금리 급등 쇼크로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피는 하루 만에 2% 넘게 급락하면서 2400 선으로 후퇴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기존 예상보다 오래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3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81%(장중)를 찍었다. 연 4.8% 선을 넘어선 것은 16년 만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 상승과 관련해 고금리 시대가 한동안 새로운 흐름이 될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개인과 기업의 대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글로벌 증시에는 악재로 작용하게 된다.
미국 국채 금리 급등 공포에 이날(이하 현지시간 3일) 미국 3대 증시는 1%대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1.29%, 1.37% 내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87% 급락했다. 시장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빚 부담이 커지고, 주식 투자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다.
국채 금리 급등의 여파는 4일 아시아 증시로 도미노처럼 번졌다. 한국 코스피는 2.41%, 코스닥은 4%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는 2.28% 급락해 3만 선이 위협받고 있고, 홍콩 항셍(-0.78%)도 크게 하락했다.
유럽에서도 독일DAX30(-1.06%), 프랑스CAC40(-1.01%) 등의 지수가 모두 약세를 보였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최근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세계 시장이 가장 주목해서 보는 지표”라고 말했다. 이 국채의 유통 금리를 토대로 글로벌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금리, 회사와 가계의 대출 금리 등이 순차적으로 정해진다.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가 그대로여도 국채의 유통 금리가 오르면 개인·기업이 돈을 조달해 쓰기가 전보다 어려워진다. 증시를 포함해 시장에 풀린 돈이 말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경제 지표가 강한 모습을 유지하자, 투자자들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날 오전 발표된 8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는 961만 건으로 전달보다 69만 건가량 증가했다. 시장 예상치인 880만 건을 웃돈 결과다. 고용시장이 뜨겁다는 것은 미국 경기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연준이 현재 연 5.25~5.5%인 기준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미국 정치권발 불확실성도 채권 금리 상승을 부채질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의장직에서 해임됐다. 임시예산안 처리에 반발한 같은 당 소속 강경파 의원들이 해임안 처리를 주도했다.
연준 당국자들도 최근 고금리 필요성을 언급해 오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미국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전날 “기준금리를 연내 한 차례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도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해선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국채 금리 급등의 영향은 외환시장까지 뒤흔들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2원 오른 1363.5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10일(1377.5원) 이후 가장 높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4.108%로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국고채 10년물과 회사채(무보증 3년)AA-는 각각 연 4.351%, 연 4.871%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