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디지털단지역 한복판에 들어서…완전 개방형으로는 첫 선
60대 딥러닝 AI 카메라, 고객 행동 인식
통합형 무게감지센서로 진열 효율 높여
5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역 인근에 있는 GS25 편의점 입구를 나서는 사람들마다 입에서 “결제가 됐네. 편하다. 신기하다”는 말이 연신 나왔다. 이곳은 ‘GS25 DX LAB 가산스마트점’으로 이른바, 인공지능(AI) 스마트 편의점이다. 출입부터 접객, 상품 구매, 결제 등 편의점 소비 전 과정이 사람의 개입 없이 AI 솔루션만으로 운영되는 ‘한국판 아마존고’인 셈이다.
매장 입구는 기존 편의점과 달랐다. 멀리서 보면 편의점이 아닌 카페가 연상됐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빌딩이나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게이트가 보였다. 게이트 옆에는 스마트 담배 자판기가 자리했다. 담배 자판기 옆 셀프 계산대에서 담배를 선택하고 모바일 패스 앱으로 성인인증을 거치면 담배를 구매할 수 있다. 담배는 자판기 크기로 인해 총 40종을 판매 중이었다. 궐련형 전자담배 스틱, 연초 등을 판매했는데 국산 제품 위주였다.
편의점 내부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게이트에서 결제수단으로 인증해야한다. 인증 방식은 총 세 가지다. GS리테일 전용 앱인 우리동네GS 안에 있는 QR코드를 인증하거나 신용카드, 카카오 QR로 인증이 가능하다. 다만 체크카드, 삼성페이를 통한 카드 인증은 불가능하다.
황준석 GS리테일 뉴컨셉전개팀 매니저는 “(인증절차에서) 내부적으로 토큰이라는 값을 사용하는데 삼성 페이에는 토큰 기술이 적용이 안 돼서 삼성페이로 신용카드를 댔을 경우 아무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동네GS QR코드로 인증을 하고 매장으로 들어갔다. 매장은 59㎡ 규모(18평)로 일반 편의점보다 작았다. 매장 내부는 상대적으로 작았지만 상품 구성은 알찼다. 주류를 제외하고 과자, 즉석밥, 라면, 도시락, 음료, 생필품 등을 팔았다. 판매하는 상품만 1000여종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도시락, 김밥, 디저트, 빵 등의 매대가 넓었는데 직장인이 많은 매장 인근 상권을 반영한 구성이라는 게 GS리테일의 설명이다.
AI 편의점답게 점포 내부에는 60대의 딥러닝 AI 카메라가 사각 지대없이 내부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다. AI카메라는 고객 행동을 실시간으로 인식한다. 물건을 집고 들고 다니거나 물건을 내려놓는 모든 상황 인식하고 제품 포장지까지 파악한다. 비용절감과 효율적인 구동을 위해 3D 카메라가 아닌 2D 카메라가 달렸다. 테슬라처럼 라이다, 레이더 센서없이 시각(비전온리)만으로 시스템을 설계한 것이다. 이를 AI 스타트업 파인더스에이아이가 이 기술을 구현했다.
함명원 파인더스에이아이 대표는 “카메라의 역할은 사람의 추적인데 AI 발전으로 2D 카메라 기반 기술은 성능이 좋아지는 데 3D 카메라는 정확도에 한계가 있다. 2D 카메라를 사용한 추적 기술은 3D 카메라 기술보다 더 좋아지기 시작했고 가격 측면에서도 효율이 좋다”면서 “실제로 아마존고의 경우도 2019년에 나온 매장들은 라이다를 다 썼지만 2021년부터는 매장에 라이다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마트24 등 무인 편의점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경쟁업체와 차별화한 건 또 있었다. 매대다. 가산스마트점에 들어선 상품 매대는 겉에서 보면 일반 편의점 매대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면 기존 매대 위에 무게 감지 센서를 적용한 것을 볼 수 있다. 상품 매대 별로 장착된 총 190여개의 무게 감지 센서는 상품 이동 정보를 실시간 수집한다. 개별 상품마다 무게를 파악하고 연산을 해 상품이 빠져나가는 것을 체크한다.
특히 매대 라인과 동일하게 무게 감지 센서를 하나의 형태로 만든 통합 셀을 적용했는데 이게 경쟁사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간 무인 편의점 점포의 경우 무게 감지 센서를 개별로 구분해 적용했다. 이럴 경우 기술적으로 셀 숫자에 맞춰서 상품을 진열할 수밖에 없다. 즉 하나의 매대 라인에 무게 감지 센서 셀이 3개가 적용됐다면 상품 3종류만 진열해야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매장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게 GS리테일의 설명이다.
GS리테일은 이 같은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통합 셀을 구현했다. 한 매대 라인에 통합 셀 형태로 무게 감지 센서를 적용하면 상품 3종류든, 4종류든 원하는 상품 수만큼 진열이 가능하다. 한정된 공간에서 다양하게 상품을 진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손원빈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 팀장은 “경쟁사의 경우 통합 셀을 적용하지 않아 하나하나 상품을 매칭시켜야 하는데 편의점의 경우 상품 진열 등을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바꾸는 게 핵심이네 이런 부분에서 상당한 제약이 있을 것”이라며 “실제 (유인)편의점의 모습과 가장 동일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한 건 통합 셀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결제를 위해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출구만 나오면 됐고 무엇보다 결제 지연 등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상품을 손에 들든, 바구니에 담든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인식이 된다.
소비자 염동근(31) 씨는 “무인 편의점을 처음 이용해봤는데(간편 결제 시스템이)신기했다”면서 “사무실이 근처인데 GS페이를 깔고 자주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소비자 신상원(31) 씨는 “상품을 그냥 가져와서 들고 나오기만 하면 되니까 편하다”고 했다.
GS리테일은 향후 소비자 사용 경험과 점포 운영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가맹사업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점포 경쟁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손 팀장은 “고객 관점에서는 고객이 가지고 있는 모든 인증 수단(삼성페이 등)에 대해 제약이 없게 하겠다”며 “운영 측면에서는 상품 결제 시 오류가 없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