쳇바퀴 도는 증시 리스크…전쟁 → 금리 → 다시 전쟁

입력 2023-10-1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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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단기 영향…장기간 악재로 이어지진 않을 듯
전쟁 확산은 변수…유가 10% 오르면 물가 0.2%p 상승
안전자산 선호 강화…채권 안정·금리인상 압력 감소는 긍정적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보복 공습이 이어진 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 전역이 화염과 연기에 둘러싸여 있다. 출처=EPA연합뉴스

국내 증시 리스크가 쳇바퀴를 돌 듯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연말 국채 금리 상승, 그리고 올해 하반기 들어 불거진 미국발 국채 금리 급등 쇼크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증시를 옥죄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의 영향이 단기에 그치며 장기간 악재로 작용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며 채권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1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1% 오른 2436.52포인트에 출발했다. 이·팔 전쟁이 벌어진 후 첫 국내 증시 개장일이었던 10일 코스피 지수는 전쟁 영향 없이 1.16% 상승 출발했으나 중동지역 불안 무게에 짓눌려 상승폭을 반납하고 하락마감했다.

과거 전쟁에도 금융시장은 안정 회복

과거 주요 전쟁 이벤트 사례를 살펴보면 전쟁 발생과 더불어 금융시장은 대부분 안정을 회복했다. 2001년 9·11테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9·11 테러 이후 코스피 지수는 보름새 14% 하락했지만, 1개월 뒤 -6%로 낙폭을 줄였다.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 당시에는 전쟁 소식이 알려진 당일 코스피 지수는 4.92% 상승했고, 1개월 수익률도 15.31%를 기록했다.

지난해 러·우 전쟁이 벌어진 2월에는 코스피가 당일 1.49% 하락했다가 1개월 뒤엔 0.37% 상승으로 보합을 나타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전 공격이 단행되면서 러시아 금융시장은 물론 유럽 금융시장이 출렁였지만 의외로 미국 금융시장은 물론 유가 및 금 가격은 예상외의 안정을 유지했다. 전쟁 발발 분위기가 작년 초부터 감지되며 시장이 이를 선반영한 탓에 낙폭이 크진 않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이·팔 전쟁에 따른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심리적 요인을 자극할 것으로 보이나 주식시장에 장기간 악재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러·우 전쟁이 지속되고,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이스라엘 사태까지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다. 이 경우 유가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갈 전망이다”라고 내다봤다.

변수는 전쟁 확산…유가 10% 오르면 물가 0.2%p ↑

문제는 전쟁 시나리오가 어디까지 전개될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 원유국가가 아니라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나, 이란의 참전 여부 및 중동국가로의 전쟁 확산 우려 등이 변수로 떠올랐다. 이란은 배후설을 부인하면서도 하마스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 편에 있다고 선언했다.

전쟁이 확산하면 당장 전세계 원유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가격이 급등할 우려가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고물가 기간 공급 충격에 기인한 10% 유가 상승은 한국의 성장률을 1%p까지 낮추는 반면, 물가상승률은 0.2%포인트(p) 높이는 등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유가는 물가상승을 자극하고 금리인상과 고환율 압력을 높인다. 이는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러·우 전쟁은 에너지, 곡물가격 인상을 일으켰고,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유가는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당시 미국의 휘발유, 난방유 가격은 2008년 고점 수준을 넘어서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팔 전쟁 장기화로 신흥국 시장부터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도 존재한다. 이스라엘 유대인은 전세계에서 막강한 자금력으로 미국 등을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대계 금융재벌 가문인 로스차일드 가문의 재산은 5경으로 추정된다는 보도도 있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이스라엘 건국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유대인 자금이 전쟁으로 쏠리면 신흥국부터 자금회수가 이어질 수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뉴욕에서 회담하고 있다. 뉴욕(미국)/AP연합뉴스

연준·미 대선으로 나비효과…주도주 교체 가능성도

이·팔 전쟁이 글로벌 경제에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은 커졌다. 올해 하반기 증시의 가장 큰 변수는 채권 금리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 상승에 휘청였다. 장기 국채 가격 하락이 최근 두 달간 너무 빠르게 나타났고, 이는 증시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주식시장은 전쟁을 악재로 받아들이는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호재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채권값이 3년 연속 하락하며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전쟁 발발로 가격 하락에 급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전쟁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면서 채권 금리는 안정되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비둘기적 발언이 나오는 등 금리 인상 압박감도 줄어들고 있다. 래피얼 보스틱 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연준이 더는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고 앞으로 경기침체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권 금리 안정과 금리 인상 압력 감소는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증시는 단기적으론 충격을 받아도 결국 전쟁 이슈보단 경기사이클을 따라간다”며 “유가 급등만 아니라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보단 경기와 연준 정책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했다.

전쟁은 미국의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최근 “팔레스타인 편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던 사우디와의 정치적 역학이 무너졌다는 것이 이번에 한 번 더 입증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물가가 안 잡히고, 미국 경제가 나빠질수록 바이든의 재선 확률은 떨어진다. 바이든 수혜주로 불리는 전기차, 친환경 관련주는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전통기업은 상대적으로 덜 약세를 보일 수 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고금리와 개별 수급 이슈가 존재하지만 2020년 바이든 수혜주로 불리었던 친환경 테마의 동시다발적 부진은 대선 레이스의 시작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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