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교훈 "상식, 원칙의 승리"…김태우 "화답 못해 죄송"
野, 지선 1년만에 텃밭 탈환…정부여당 책임론 일 듯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57)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여당으로선 내년 4·10 총선 전 수도권 표심을 가늠할 전초전으로 거론된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만큼 상당한 후폭풍이 불가피하게 됐다. 민주당은 정권 심판론에 더욱 힘을 실을 동력을 얻게 됐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개표가 완료된 이날 0시 진 후보가 56.52% 득표율로 김 후보(39.37%)를 17.15%포인트(p)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진 후보는 당선이 확실시된 전날 밤 11시 40분께 강서 선거캠프에서 "상식의 승리, 원칙의 승리, 그리고 강서구민의 위대한 승리"라며 "오직 강서구민만을 바라보고 그간의 구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1분 1초라도 아껴가며 강서의 구정을 정상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비슷한 시각 선거캠프에서 "저를 지지해 준 분들의 성원에 화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강서구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더욱 겸손하게,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김 후보가 대법원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 구청장직을 상실하면서 열리게 됐다. 앞서 김 후보는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감찰 무마 의혹 등을 폭로했다가 실형이 확정돼 지난 5월 직을 잃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피선거권을 회복했고,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강서구청장 재도전에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김 후보가 출마 의사를 밝힌 이후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경찰청 차장을 지낸 진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공천 당시 검찰 수사관 출신 김 후보와 경찰 간부 출신 진 후보의 검·경 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한 민주당의 표적 공천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당초 강서는 민주당 텃밭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지역구 현역 강선우(강서갑)·진성준(강서을)·한정애(강서병) 의원 모두 민주당 소속인 데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대선에서도 이 대표의 득표율이 높았다. 대선 직후 열린 6·1 지방선거에서는 김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2.61%p차 신승을 거뒀다. 김 후보 당선 전까진 민주당 소속 노현송 전 구청장이 내리 3선을 거뒀다.
민주당으로선 지난 지선에서 뼈아픈 상처로 남았던 강서구청장을 불과 1년 만에 국민의힘으로부터 압도적 격차로 탈환한 셈이 됐다.
강서 한 곳에서만 치러진 이번 보궐선거는 6개월 남은 내년 총선 전 수도권 표심의 바로미터로 거론됐다. 결과에 따라 여야 지도부의 운명이 좌우된다는 관측도 나왔다. 여야가 강서에 매머드급 캠프를 각각 꾸리고 공식 선거 기간 총력 유세전을 벌인 배경이다.
당장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는 거센 책임론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보궐선거 귀책 정당 입장에서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김 후보 재공천이 결국 참패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광복절 특사로 김 후보의 재출마·재공천길을 열어준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주당 이재명 지도부는 내년 총선까지 정권 심판론을 이어나갈 강력한 동력을 얻게 됐다. 현재 단식 후유증 회복 중인 이 대표로선 보선 압승이라는 선물을 안고 화려하게 복귀하게 됐다.
보선에서 '정권 심판론'이 통한 민주당은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며 "정치의 각성과 민생 회복을 명하는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 단합하고,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의 저력을 하나로 모아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개척해 가겠다"고 덧붙였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질책"이라며 "추락하는 민생과 경제에도 조금의 반성도 없이 폭주하는 윤석열 정부에 브레이크를 걸어주신 국민께 거듭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유상범 수석대변인 명의의 공식 입장문을 통해 "더 고개를 숙이고 더 겸손한 자세로 국민 여러분께 먼저 다가가는 국민의힘이 되겠다"며 "강서구민과 국민들께서 국민의힘에 보낸 따끔한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여 개혁 과제를 신속히 이행하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