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구조개혁 못 하면 日 장기불황처럼 잠재성장률 0%"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현지시각)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및 G20재무장관회의 취재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마라케시공동취재단)

이창용 총재는 12일(현지시각)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경제의 성장 문제는 구조적으로 할 문제지 재정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사업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경제가 어려운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는데 이자비용 이런 거보다 더 높은 순위가 노동시장 문제, 사람을 고용하려고 해도 쓸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기업이 사람을 구하려고 해도 모두 의대, 법대 가고 테크놀로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잠재성장률은 2% 선을 생각하고 있는데 고령화 때문에 낮아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며 "다만 그걸 왜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이 총재는 "여성이나 해외 일자리, 0.7명으로 낮아진 출산율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따라 성장잠재력이 2%로 올라갈지 더 내려갈지 결정될 것인데 당장 3~4% 성장률을 보기는 어렵겠지만, 일본처럼 0%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소극적인 견해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조조정을 통해서 노동시장, 교육, 경쟁 촉진, 여성 노동력, 해외 노동자를 어떻게 활용할지 개혁하면 장기적으로 목표는 2% 이상으로 가고 싶다. 그래야 우리가 발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떻게 하면 저성장을 탈출하는지는 다 안다"며 "다만 못하는 건 사안마다 이해당사자가 다르다. 그 선택은 국민과 정치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이번 연차총회에 와서 IMF 내부자료를 보면 각국이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도록 노력할 때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IMF에서 공식적으로 우리나라가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이어 "재정정책 기조를 바꾸고 중장기적으로 경기 보면서 재정 건전화하는 것, 언타겟 지출에서 타겟지출로 가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전쟁에 따른 우리 경제 영향과 관련해선 "시장 반응은 금리, 환율, 주가 이런 게 당장 안정은 됐는데 다들 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정도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유가가 어떻게 될지 불확실성이 심한 상황이라 우리 입장에서는 향후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할 때 물가 인플레, 유가 변동하면 코어 인플레가 예상한 경로대로 움직일 건지 그거보다 더 높을 건지가 초미의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내주로 다가온 금융통화위원회와 관련해선 "지금 우리 물가전망 베이스라인은 올해 말 3% 초반, 내년 말까지는 목표 수준에 근접하게 내려갈 것으로 보면서 정책을 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