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역증가율 작년 5.1%서 올해 0.9% 후퇴 전망
달러채 보유한 신흥국들 부담도 가중
저소득 국가 디폴트로 인한 기후변화 대응 우려도
미국이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연착륙으로 향하면서 장기간에 걸친 긴축 기조 유지가 예상되는 가운데 달러도 강세를 보이면서 다른 나라들의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세계적인 고금리 상황, 유가 상승으로 세계 경제가 가뜩이나 취약한 가운데 미국의 ‘나 홀로 질주’가 리스크를 더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주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에서 미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1.8%에서 2.1%로 상향 조정하고 내년은 1.5%로 제시하면서 “우리가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미국 경제 연착륙이 더 이르게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세계 나머지 국가들에 대한 전망은 암울하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시장 침체와 수출 부진, 소비자 수요 약화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독일 경제는 올해 선진국 중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유럽 전반의 경제 전망도 약해지고 있다.
IMF는 올해 전 세계 무역증가율이 0.9%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지난해의 5.1% 증가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미국만 홀로 견실하게 성장하면서 글로벌 경제는 달러 강세와 유가 상승에 따른 추가 인플레이션 위험에 직면했다고 WSJ는 경종을 울렸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세계 각국이 해외 상품을 수입하는 데 더 큰 비용이 든다.
레세트야 칸야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중앙은행 총재는 “우리는 기준금리를 현재의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에 만족할 수 없다”며 “인플레이션 상황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완고해서 금리를 계속 높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미국 달러당 남아공 랜드화 가치는 최근 몇 달간 6% 하락했다.
남아공처럼 달러 강세에 따른 자국 수입물가 상승으로 많은 신흥국이 인플레이션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일부 중앙은행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더 올려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신속히 잡기를 원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압델라티프 주아히리 모로코 중앙은행 총재는 “미국 인플레이션 둔화가 모로코의 물가 통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발도상국 전역에 새로운 부채 위기가 닥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달러 강세로 인해 이미 신흥국들은 달러 표시 부채 상환에 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현 상황은 재정적 여력이 없는 많은 저소득 국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식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세계적 대응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IMF는 “저소득 국가의 약 60%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있거나 그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그만큼 이들 국가가 기후변화 프로젝트에 대응할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