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으로 한 차례 공급 타격
예비 공급원 없어 급격한 가격 변동
유가 배럴당 150달러 관측도…인플레 ‘비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될 때 대부분 석유 공급에 대해서 걱정하지만, 변동 폭이 더 컸던 것은 천연가스 시장”이라며 “유가에는 안전판이 있지만, 천연가스는 공급이 타격을 받았을 때 대안이 없다”고 분석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7일 이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6%가량 올랐다. 이란의 참전 등으로 전쟁이 확대되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현재까지는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세계 원유 공급에는 아직 큰 영향이 없었다.
천연가스 가격은 국제유가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유럽의 천연가스 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은 지난주 40% 이상 급등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 에너지 기업 셰브론이 현지에서 운영하는 타마르 가스전의 운영 중단을 명령했다. 또 가자지구 인근을 지나 이집트로 연결되는 가스 파이프라인도 폐쇄됐다. 노르웨이 컨설팅 업체 라이스터드에너지의 뤄중창 애널리스트는 “폐쇄가 길어지면 지역 에너지 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이집트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천연가스는 예비 공급원이 없다. 특히 가스 시장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이 빡빡해진 상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마이클 스토파드 글로벌 가스전략책임자는 “러시아 파이프라인이 차단돼 현재 천연가스 시장은 석유로 환산하면 하루 200만 배럴의 공급이 줄어들었다”며 “잉여 생산력이 비정상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겨울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전 세계 천연가스 소비량은 4조700억 ㎥, 공급량은 4조800억㎥로 전망된다. 이처럼 공급이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는 사소한 문제라도 급격한 가격 변동을 불러올 수 있다. 가스 공급은 향후 2~3년 동안 의미 있는 신규 공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유가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의 참전,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최악의 중동 전쟁 시나리오에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찍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공 행진하는 에너지 가격 속에서 가계와 기업의 어려움은 커지고, 인플레이션 억제에 나서고 있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쟁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을 지지하기 위해 이번 주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