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다세대·연립주택) 전세 시장 위험이 한풀 꺾었다. 지난달 기준으로 전세보증사고율은 4개월 만에 하락했고, 보증사고 금액도 줄었다. 상반기부터 이어진 전셋값 내림세가 최근 집값 상승세 전환에 힘입어 멈췄다. 이에 빌라 시장에도 온기가 퍼져 역전세와 깡통전세 위험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임대차사이렌 통계 분석 결과, 지난달 전세보증사고율은 수도권 기준 8.8%(전국 7.4%)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5월 보증사고율 8.4%(전국 7.2%) 이후 넉 달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다.
보증사고율은 1월 6.8% 기록 후 10% 미만을 이어갔지만, 6월 11.2%로 치솟았다. 이후 7월 12.0%, 8월 13.7%로 매달 1%포인트(p)가량 계속 올랐다. 하지만, 지난달 보증사고율이 꺾이면서 4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하락했다.
보증사고율이 하락하면서 보증사고 금액도 줄었다. 지난달 보증사고 금액은 수도권 기준 3392억7700만 원 규모로, 8월 4672억1092만 원 대비 27.3%(약 1279억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사고 규모는 지난 1월 보증사고 금액 2005억8590만 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많은 수준이지만, 8월과 7월(3855억6353만 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사고 기준은 보증채권자가 전세계약 해지 또는 종료 후 한 달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못한 경우를 뜻한다. 사고율은 보증 만기도래금액 대비 보증사고금액의 비율이다.
이렇듯 전세보증사고 감소는 최근 빌라 전셋값 상승으로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전세가격지수는 지난달 수도권 기준 0.62% 올라 7월(0.10%) 이후 3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지수가 0.42% 오른 것과 비교하면, 전셋값 상승률이 매맷값 상승률을 넘어섰다.
특히, 빌라만 떼놓고 보면 수도권 빌라 전세가격지수는 지난달 14개월 만에 상승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지난해 7월 0.06% 상승한 뒤 줄곧 하락했지만, 지난달 0.08% 오르면서 반등했다. 전국 빌라 전셋값도 지난달 0.04% 올라 14개월 만에 상승 전환됐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그동안 빌라 시장이 워낙 안 좋았지만, 최근 아파트 전셋값이 많이 오르는 데다 아파트 월세도 오름세라 셋집을 구하는 수요가 다시 빌라시장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또 올해 빌라 전세 시장이 워낙 나빴던 만큼 (기저효과로) 조금만 회복해도 큰 폭의 회복세가 기록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파트 전셋값이 오름세를 지속하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전세 수요가 늘고 있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9월 빌라 전세 거래량은 4573건으로 집계됐다. 신고 기한(계약 후 30일)이 보름가량 남은 것을 고려하면 8월 거래량(5369건)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서울 내 일부 지역에선 이미 8월 거래량을 넘긴 사례도 포착된다. 양천구에선 지난달 264건이 거래돼 8월 267건과 비슷한 수준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강북구(87건)와 노원구(55건), 영등포구(99건), 종로구(58건), 중구(44건) 역시 8월 거래량과 10건 안팎의 거래량 차이를 보인다.
다만, 빌라 전세 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국지적인 불안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윤 위원은 “단기적으론 반등 중이지만, 최근 전셋값 상승은 대세 상승이 아닌 시장 정상화 과정으로 보고 시장 진입 시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