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늘었는데, 올해도 ‘1조 클럽’ 증권사 실종

입력 2023-10-18 14:53수정 2023-10-19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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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지주 올해 영업익 1조 턱걸이 전망…컨센서스 밑돌면 1조 달성 실패
키움·삼성증권 9000억원대…미래에셋·NH투자증권 8000억원대 영업익 전망
수수료 수익 줄고 부동산 침체에 IB 수익 감소

“지난해는 진짜 힘들었는데, 올해도 만만치 않았다. 문제는 내년도 쉽지 않아보여 더 걱정이다.”(국내 5대 증권사 임원 A씨)

올해 증권사 가운데 영업이익 ‘1조 클럽’ 가입사는 한 곳에 그칠 전망이다. 이마저도 긍정적인 실적 컨센서스를 적용했을 경우다. 지난해에는 메리츠증권이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했지만, 올해는 단 한 곳도 안 나올 가능성도 커졌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삼중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매크로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증권업 사업구조의 3대 축인 수수료, 운용, 이자 모두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한국금융지주·키움증권·삼성증권 아슬아슬 1조 문턱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대형 증권사 5곳(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은 4조4977억 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조1373억 원 대비 43.4% 증가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지난해 실적 부진의 기저효과로 올해는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한 증권사가 사실상 전무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지주 1곳만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1조29억 원으로 1조 클럽을 턱걸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밑돌면 연간 영업이익 1조 원 달성에 실패할 수도 있다.

키움증권(9511억 원), 삼성증권(9344억 원)은 1조 원에 조금 못 미치는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4분기 실적에 따라 영업이익 1조 돌파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래에셋증권(8082억 원)과 NH투자증권(8100억 원)은 8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1조 클럽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할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차액결제거래(CFD)와 해외 대체투자 평가손실 및 충당금 등의 영향에 따라 실적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금융지주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신규 딜 부족, 평가손실에 따른 충당금 적립영향으로 주력사업인 IB의 영업손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금리 불확실성 상황에서 하반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끌어올릴 성장동력을 새로 찾아야 한다는 점이 관건이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은 사업 구조상 높은 이자·운용·기타 부분의 성장성 예측이 다소 한계로 작용한다

5대 증권사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대규모 유동성 자금이 시장에 풀렸던 2021년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급격한 금리인상(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증시 유동성이 고갈되며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원을 밑돌았다. 메리츠증권(1조925억 원) 단 1곳만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겼다.

부동산·IB침체에 우는 국내 증권사…“5개사 PBR 역대 최하단”

당장 3분기 증권사들의 어닝쇼크(실적충격) 전망이 나온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의 합산 순이익은 6999억 원으로 전 분기 대비 15%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를 9% 하회한 수치다.

부문별로 보면 전분기 대비 브로커리지는 31%, 운용 및 기타는 2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IB(투자은행) 부문은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IB는 대규모 딜 부재와 부동산 PF 업황 부진으로 수수료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과 요주의비율(잠재부실 가능성이 있는자산) 상승 우려는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7.28%로 전 금융권 중 최고 수준이다.

김지원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출채권에 대한 자산건전성비율을 보면 고정이하자산비율은 올해 들어 감소 전환했지만, 요주의이하자산비율은 오히려 상승세다”며 “잠재부실 가능성이 존재하는 자산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 실적도 주가도 쉽지 않아

증권업 수탁수수료율은 이미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 전체 수탁수수료율은 1분기 기준 4.2bp(1bp=0.01%p)로 10년 전 9.5bp 대비 약 56% 하락했다. 고객 확보를 위한 증권사들의 수수료율 인하 출혈 경쟁 때문이다.

주식 자산의 상대적 매력도가 감소하면서 투자자들 참여도 낮아지면서 투자자예탁금도 감소하고 있다. 50조 원을 웃돌던 투자자예탁금은 7개월 만에 40조 원대로 떨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9조99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2월 말(47조7395억 원) 이후 가장 낮은 규모다.

IB는 수요가 부족해지고 있다.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 전후부터 국채와 회사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주식 및 회사채를 통한 자금 수요가 위축됐다. 올해 상반기 기업의 직접 금융 조달 규모는 35조2000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33% 쪼그라들었다.

내년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증시 불안요인 상존, 금리 및 증시 변동성, 부동산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점을 고려하면 비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의 밸류에이션도 저평가 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5개사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1배로 역사적 최하단을 기록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 하락의 원인은 금리 상승과 추가적으로 기존 증권사의 주 수입원이었던 부동산 업황이 부진하기 때문으로 판단되는데, 금리와 부동산 시장의 추세는 단기간에 바뀌기 어려워 빠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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