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쟁에 주춤하다 긴축 전망에 반등
‘연착륙+인플레’에 추가 긴축 목소리
늘어난 정부 부채에 마냥 올리기도 어려운 상황
‘채권시장 큰손’ 부상 미국 가계 구원투수 기대도
이스라엘 전쟁으로 잠시 주춤했던 미국 장기금리가 다시 상승세를 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국채 금리가 올라도 경기 연착륙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해왔지만, 늘어난 부채 부담에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미국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056%포인트(p) 상승한 4.902%에 마감했다. 금리는 장중 한때 4.91%를 웃돌기도 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9%를 돌파한 것은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직전 최고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 기록된 것이다.
국채 금리 상승 여파에 뉴욕증시는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0.98% 하락했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34%, 1.62% 내렸다.
장기금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몰리면서 한때 잠시 내렸지만, 연준의 긴축 장기화에 대한 전망이 유지되면서 다시 오름세다. 30년물 금리도 0.042%p 상승한 4.993%로 집계됐다.
현재 미국은 경기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전날 발표된 9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해 전망치(0.2%)를 웃돌았다. 반면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강세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7% 상승해 마찬가지로 전망치(3.6%)를 상회했다.
긴축이 1년 반 넘게 지속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과 연착륙의 공존은 연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연준 내에서는 아직 연내 1회 인상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최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경제 포럼에서 “인플레이션을 연준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려면 금리를 더 인상하고 한동안 제한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위원들은 현 상황에서 장기금리가 더 올라도 연착륙은 가능하다는 자신감도 보인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늘어나는 부채 부담을 무시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올해 미국의 정부 부채는 33조5190억 달러(약 4경5539조 원)에 달한다. 치솟는 금리는 차입비용을 늘리게 돼 정부 재정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 케빈 워시 후버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 재정정책은 확실히 불건전하다”며 “건전한 재정정책 없이 건전한 통화정책을 펼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간 저축과 투자수익 등으로 현금을 쌓게 된 가계가 국채 금리를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전해진다. 연준에 따르면 가계 순 자산은 2019년부터 3년간 37% 증가했다. 또 2022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미국채 순매입의 73%를 가계가 책임진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국채의 대규모 매도가 몇 주간 시장을 흔들었을지 몰라도 금리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만큼 신규 구매자들이 유입되고 있다”며 “무위험 자산의 매력적인 보상을 고려할 때 국채 금리는 억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