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화학 과거와 달리 부진…IT·바이오 등 성장주 직격탄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글로벌 증시를 옥죄고 있다.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8일(현지시간) 4.9%를 돌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세계 시장이 가장 주목해서 보는 지표다. 이 국채의 유통 금리를 토대로 글로벌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금리, 회사와 가계의 대출 금리 등이 순차적으로 정해진다.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가 그대로여도 국채의 유통 금리가 오르면 개인·기업이 돈을 조달해 쓰기가 전보다 어려워진다. 증시를 포함해 시장에 풀린 돈이 말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글로벌 증시가 하락하는 가운데 업종별 희비는 엇갈린다. 금리가 오르면 수익이 개선되는 금융·보험 업종은 수혜가 예상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연 3.5%를 넘어서기 시작한 4월 이후 보험(19.84%), 금융(9.42%) 등 업종의 상승률이 코스피(-2.4%)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보험 업종은 금리 상승기에 향후 투자수익률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올해 은행 실적 개선 기대감도 높아졌다. 9월 은행 코픽스금리는 잔액기준 3.88%로 전월 대비 0.05%p 상승했다. 신규기준 3.82%로 전월 대비 0.16% 상승했다. 금리상승에 더해 코픽스 금리상승분이 반영되며 향후 대출금리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 순이자마진(NIM)의 반짝 상승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은 “일정기간 금리수준이 유지되고 NIM 하락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점은 은행주 투자심리상 재무적 효과 이상의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금리 상승은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하기 때문에 경기 회복에 수요가 늘어나는 에너지·화학도 수혜 업종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고금리 기조가 올 하반기부터 하향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반대 현상이 일어나면서 이에 민감한 재생에너지 관련주들의 주가 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는 에너지사업은 건설 지연과 투자심리 약화로 고전하고 있다. 코스피200 에너지·화학지수는 4월 이후 18.38% 하락했다. IT·바이오 등 성장주도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연구·개발(R&D)이나 투자에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성장주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
금리의 빠른 상승은 증권업종에도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한다. 금리가 상승하면 자본의 조달금리가 상승하고, 금리 상승 및 증시 하락으로 보유한 금융자산의 평가손실이 반영된다. 증시하락으로 거래대금이 감소해 브로커리지 손익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고, 증권사 자본 활용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역시 시장 악화에 따른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지금 당면하고 있는 고금리 환경이 채권 대비 주식의 매력도를 상당히 낮추고 기업들에는 비용부담 등 평시 대비 큰 모래주머니로 작용해 증시 난도가 올라간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시장금리 피크아웃 전환을 예상하기도 한다. 통상 미 10년 국채금리가 연준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3개월 이전 시점에 정점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11월 추가 금리 인상 여지를 감안해도 시장금리 피크아웃 전환이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도한 쏠림과 장기금리 상승을 이유로 최근 숨 고르기에 나섰던 중대형·퀄리티 성장주의 반격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10년물 금리는 4.9%대를 돌파하는 등 여러모로 증시 난도가 높아져 있다”며 “그럼에도 본격적인 3분기 실적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실적 베이스로 접근해가면서 이 같은 매크로와 지정학이 유발하는 노이즈에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