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86조 3항 ‘이유 없이’ 해석 문제된 최초 사건
환노위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행
방송3법도 과방위서 본회의 직회부
與 “법률안 심의·표결권 침해” 주장했으나
헌재 “법사위원 권한침해 없어” 별개의견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제사법위원회를 건너뛰고 국회 본회의 상정으로 직행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일부개정 법률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이 기각됐다.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일부개정 법률안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인 ‘방송 3법’에 관한 권한쟁의 심판도 기각됐다. 이들 두 사건은 국회법 제86조 제3항이 규정한 ‘이유 없이’란 조문 해석이 문제된 최초의 사건이다.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서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 및 표결권을 침해했는지 여부가 동일한 쟁점으로 부각됐는데, 헌법재판소는 두 사건에 제기된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모두 ‘기각’ 결정했다.
헌재는 26일 오후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정점식‧박형수‧유상범‧장동혁‧전주혜‧조수진 의원들이 김진표 국회의장과 전해철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환노위원장이 국회의장에게 ‘노조법 일부개정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를 요구한 행위에 대한 권한침해 확인청구를 기각했다.
국회 환노위는 올해 5월 24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소속 의원 16명 중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안건을 통과시켰다. 표결에는 민주당 의원 9명과 정의당 의원 1명만 참석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개정안 처리에 반발하며 전원 퇴장했다.
국회법 86조 3항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회부된 법률안에 대해 이유 없이 회부된 날로부터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않았을 때에는 소관 상임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에 부의(직회부)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국회가 국회법 제86조 제3항 및 제4항이 정하고 있는 절차를 준수해 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결정했다면, 여기에 헌법적 원칙이 현저히 훼손됐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회 이외의 기관이 그 판단에 개입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함이 바람직하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헌재는 또한 “국회법 86조 3항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이유’의 유무는 법사위가 ‘법사위의 책임 없는 불가피한 사유로 그 기간을 준수하지 못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권 범위를 벗어난 심사를 하면서 60일의 기간을 도과했다면 이러한 심사지연은 그 자체로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 4인은 기각 결정을 하면서 “법사위가 법률안에 대한 체계·자구 심사를 60일 기간 내에 마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사유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청구인 국회 환노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국회법 86조 3항을 준수한 것으로 법사위 소속 위원인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고 별개의견을 냈다.
‘노란봉투법’이라는 명칭은 2014년 법원이 쌍용자동차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한 시민이 언론사에 4만7000원이 담긴 노란봉투를 보내온 데에서 유래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과 쟁의행위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용자 범위를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지배력이 있는 자로 넓히고, 노동쟁의 범위 역시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확장하고 있다.
개별 조합원에게 무분별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관행 역시 제한한다. 법원이 배상 의무를 지는 노동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아울러 재판관 전원 일치로 국회 환노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에 관한 무효 확인 청구 및 국회의장이 2023년 6월 30일 개의된 제407회 국회 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위 법률안 본회의 부의의 건’에 대해 가결을 선포한 행위에 대한 권한침해 확인 청구 및 무효 확인 청구를 기각했다.
이날 헌재는 국회의원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간 권한쟁의 심판 청구까지 함께 기각했다.
헌재는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국회 과방위원장이 올해 3월 21일 국회의장에게 ‘방송 3법’의 본회의 부의를 요구한 행위에 대한 권한침해 확인청구를 기각했다. 특히 헌재는 과방위원장이 본회의 부의를 요구한 행위의 무효 확인 청구는 물론 국회의장이 4월 27일 개의된 405회 국회 임시회 5차 본회의에서 ‘각 법률안 본회의 부의의 건’에 대해 가결을 선포한 행위에 대한 권한침해 확인청구 및 무효 확인 청구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