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국회 예산심사를 앞두고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관련해 과학기술인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과학기술계에서 “연구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는 날 선 비판이 나오자, 당 과학기술특별위원회는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은 최대한 바로 잡겠다”고 했다.
정옥상 기초연구연합회 회장은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과학기술특위 R&D예산 현안간담회’에서 “저희들은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갑작스럽게 이런 좋지 못한 소식을 들어 기초과학계가 조금 격앙돼 있다”고 토로했다.
정 회장은 “(R&D 분야) 카르텔이니 이런 소리가 나오는 부분에 대해서도 과학자들이 상당히 자존심이 많이 상해있다. 경쟁률도 크게는 10대1, 적게는 3대1을 뚫어서 연구재단에 들어간다. (정우성 특위) 위원장님도 ‘카르텔’ 이런 소리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이어확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도 “환자가 종양이 있으면 병원에 가서 종양을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병원에서) 모든 장기의 30%를 자른다고 한다”며 “(정부의 R&D 예산 삭감이) 그런 느낌이라서 이건 병을 낫게 하는 게 아니라 환자를 죽이는 걸로 밖에 생각이 안 된다”고 했다.
또 “개혁은 남이 해주는 것이고, 혁신은 스스로 하는 것”이라며 “혁신은 저희가 주도적으로 ‘이런 비효율이 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낼 수 있다’라고 말씀드리는 것인데, 지금은 갑자기 탑다운 방식으로 내려왔다. 이건 혁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은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은 “전체 이공계나 공공 연구기관에서 활약하는 여성과학자가 2021년도 보고서에 의하면 21% 정도 된다. 그중에서도 실질적으로 사실은 여성연구인력들은 대부분이 비정규직에 있다”고 여성과학계 상황을 전했다.
이 부회장은 “비정규직 비율로 보면, 연구 인력들이 대학에서는 72%가 비정규직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공공 연구기관도 30% 비율이 비정규직”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연구비가 삭감되면 비정규직 여성 과학계 인력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구비 삭감이나 이런 것들은 충분하게 논의가 된 뒤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과학계 연구 생태계가 파괴되면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 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학기술계 의견을 쭉 들은 특위 위원들은 “미흡한 부분은 국회 예산 심의 과정을 통해 최대한 바로 잡겠다”고 했다.
특위 위원인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지금 (알려진) 예산은 정부의 편성 예산안이고, 국회 심의·의결을 거쳐서 내년도 예산이 최종 반영되는 프로세스(흐름)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부에서는 정부 나름대로 의도가 있어서 이런 편성안을 가지고 왔지만, 우리 국회에서는 정부의 시각과 달리 볼 수 있다”며 “과포장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미흡한 부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저희가 국회 예산 심의 과정을 통해서 바로 잡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특위는 ‘R&D 예산 삭감과 관련해 당정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미흡한 부분은 있었지만 엇박자는 아니”라고 답했다.
특위 위원장인 김영식 의원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도 예산을 구조조정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으로 제기되는 부분에 잘 대응을 못한 부분이 있다”며 “대응 부분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지만 엇박자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삭감된 예산의 증액에 대해선 “필요하다면 증액할 수 있다는 게 정부 기조인 것 같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