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내놓은 3호 혁신안을 의결하지 않았다. 당이 2·3호 혁신안에 연달아 제동을 걸면서 혁신위와 지도부 사이 신경전도 점점 노골화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16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혁신위로부터 ‘비례대표 청년 50% 할당’, ‘청년 전략 지역구 선정’ 등의 내용이 담긴 3호 혁신안을 보고 받았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3호 혁신안 의결은 하지 못 했다”면서 “(이날 회의에서) 당 최고위는 혁신위의 치열한 논의와 발전적인 방안에 대해서 존중한다는 입장을 말했다”며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앞서 혁신위는 9일 회의를 열고 ‘청년’과 ‘여성’을 키워드로 한 3호 혁신안을 의결한 바 있다. ‘비례대표 당선권 순번 내 50% 청년 할당 의무화’, ‘당선 우세 지역의 청년 전략지역구 선정’ 등 공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항들이 담겼다.
박 수석대변인은 “지금 얘기 나오는 것(2·3호 혁신안)들은 다 절차가 필요하다. 심지어 법률 개정사항인 것도 있었고, 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도 있었다”면서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되면 결정해야 할 사항, 당헌·당규 개정 사항도 포함돼 있어서 시간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호 혁신안 등을 추후 구성될 공관위에 공을 넘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기 국회가 마무리되고 예산안과 탄핵안, 그런 것들이 정리가 되면 조속한 시일 내 공관위를 구성해서 발족한다는 얘기가 모였다”며 “지금 논의 사항에 대해서 취지를 존중하고 현실적으로 잘 적용이 될 수 있도록 공관위에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당은 이날 혁신위가 권고사항으로 제안한 ‘지도부·중진 불출마’도 단호히 쳐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 직후, 혁신위가 자신을 포함한 당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계 의원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압박하는 데 대해 “당 대표 처신은 당 대표가 알아서 결단할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 인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언급한 데 대해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서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당 내부 문제는 당 지도부가 공식기구와 당내 구성원과 잘 협의해 해결하는 시스템이고 잘 작동 중”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인 위원장은 전날(15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측으로부터 “소신껏 끝까지 거침없이 하라”는 메시지가 왔다고 언급한 바 있다.
내분이 격화되면서 혁신위 내부에서도 당 지도부가 혁신위 안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조기 해체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단 목소리가 나온다.
오신환 혁신위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3호 혁신안을 보고한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조기 해체와 관련해 “혁신위 권고안이든 의결안이든 당 지도부가 그걸 수용하고 실천해야만 혁신안이 완결된다”며 “(지도부가) 계속 거부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혁신위가 할 수 있는 스스로의 자체적 판단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혁신위를 해체하는 것 밖에 더 있겠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위원은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그러면 혁신위가 계속 안건을 내는 것이 의미가 없다”며 “우리가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은 해체하는 것 아니겠느냐. 이런 역설적 표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