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의심했다. 채용이 아이들 장난도 아니고 신입사원 지원자의 최종 면접을 갑자기 취소하다니? 정말인지 재차 팩트체크를 정확히 하라고 했다. 그게 불찰이었다. 후배가 사측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사이, 타사의 손 빠른 기자가 바로 ‘단독’을 쳤다. 물 먹은 것보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후배가 확보한 사측의 ‘채용 연기’ 안내문이었다.
사측은 지원자들에게 보낸 안내문을 통해 “대졸 공채 모집이 내·외부 경영이슈로 인해 취소됐다”고 최종 면접 취소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 “취업난 속에서 힘들게 지금의 순간을 견디고 있을 지원자분에게 이런 메일을 드리게 되어 매우 송구스럽다”며 “넘치는 끼와 재능 큰 역량을 가지셨기에 느끼시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실 것이고, 이를 너무나 잘 아는 폐사 또한 마음이 아프다”고 부연했다.
국내 식품 중견기업 계열 대형할인점인 이 회사는 10월 5일부터 19일까지 구매(MD), 기획, 마케팅 분야 대졸 신입사원 10명 이내를 채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신입사원 공고 이후 실적 악화가 심화하면서 내년엔 구조조정까지 검토할 위기에 처하자, 결국 이번 채용을 중단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너가 2세 중 3남이 작년부터 경영에 복귀한 이 회사는 2017년부터 6년 연속 적자다. 2017년 21억 원을 기록한 영업손실은 2021년 148억 원까지 규모가 불어났다.
그러다 오너가 3남의 허리띠 졸라매기 경영이 시작되면서, 작년 영업손실은 직전 해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70억 원을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채용 취소도 ‘비용 절감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사측은 그런데도 이번 지원자들에게 못내 미안했는지 구차한 변명을 안내문에 담았다. “비록 이번 채용이 취소됐지만, 최종 면접을 앞두고 있던 지원자들이 다음 채용에도 지원한다면 현재까지 진행된 전형부터 이어서 진행할 것을 꼭 약속하겠다”고 했다. 이번에 서류 합격한 지원자는 다음 채용에서 면접만 다시 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사측은 이번 사태가 ‘채용 취소’가 아니라 ‘채용 중단’이라고 한다. 눈 가리고 아웅이 아닐 수 없다. 식품 중견기업 계열 대형할인점에 취업하기 위해 다음 공채를 하릴없이 기다릴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은 없을 것이다.
특히 개탄스러운 점은 이번에 피해를 본 이들이 생애 첫 사원증을 기대한 신입사원이었다는 점이다. 경력 공채보다 신입 공채는 선발 기회가 매우 적지만 선발 조건은 오히려 경력보다 깐깐한 편이다. 기업들도 꾀가 많아진 탓이다. 노동시장 신규 진입자에게 숙련 기회 제공을 회피하고, 신입사원을 위한 교육도 인색해진 영향이 크다.
그러다 보니 청년 취업 인구는 매년 줄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지난 4주 안에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쉬었음’이라고 답한 청년은 올해 1~10월 월평균 41만 명에 이르렀다. 10월 고용동향을 봐도, 청년층의 고용시장 유입은 크게 부진하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4만6000명 늘어, 전체 고용률이 62.7%에서 63.3%로 증가했다. 하지만 청년층 고용률은 같은 기간 46.4%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청년층 취업자는 지난해 11월부터 12개월 연속 감소세다.
대학 졸업 등 학업을 마친 뒤 3년 이상 취직하지 않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고 있는 청년층 장기 니트(NEET :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미취업 기간이 3년 미만인 청년 중 니트족 비율은 20%대인 데 비해 3년 이상이면 이 비율이 30%대로 뛴다. 니트족도 취업을 1~2년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이처럼 쉬었음 청년 또는 니트족이 매년 늘어나는 이유는 ‘원하는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M사처럼 청년의 꿈을 하루아침에 꺾어버리는 경우, 취준생은 마땅히 속풀이 할 곳조차 없다. 그나마 M사는 이번에 언론에 드러나 공론화됐지만, 암암리에 취업을 취소하거나 취준생을 농락하는 경우는 더 많을 것이다. 후배 기자에게 제보한 A 씨의 한숨 섞인 말이 귀에 오래 남는다. “간절하게 구직하는 취준생 눈에 눈물 나게 한 이 같은 일이 다시 또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