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ㆍ동원F&B 등 용량 축소 사례 수두룩
기재부 실태조사 착수…업계 “지나친 개입 부작용” 우려
식음료업체들이 물가 안정을 압박하는 정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용량이나 품질을 낮추는 ‘슈링크 플레이션(shrink flation)’, ‘스킴 플레이션(skimp flation)’ 등 꼼수 인상이 점입가경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식품·유통사들 사이 확산하는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든다’는 의미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이다. 원재료·인건비 상승 국면에서 제품 가격을 올리는 대신, 용량을 줄이는 눈속임을 뜻한다. 가격 인상은 소비자 저항이 거세기 때문에 덜 민감한 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CJ제일제당, 동원F&B, 오비맥주 등이 최근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의 중심에 섰다. CJ제일제당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숯불향 바비큐바’ 중량을 이달 초부터 280g에서 230g으로 줄였다.
원F&B도 ‘동원참치 통조림’ 중량은 100g에서 90g으로, ‘양반김’은 5g에서 4.5g으로 바꿨다. 오비맥주는 4월부터 ‘카스 묶음’의 1캔당 용량을 기존 375㎖에서 370㎖로 줄였다. 해태제과는 ‘고향만두’ 중량을 415g에서 378g으로, 풀무원은 ‘냉동핫도그’ 제품의 1봉지 당 개수를 5개에서 4개로 바꿨다.
가격은 동일한데, 제품의 질을 떨어뜨리는 스킴플레이션 사례도 적지 않다. 스킴플레이션은 ‘인색하게 아낀다’는 뜻의 스킴프(skimp)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롯데칠성음료는 ‘델몬트 오렌지 주스’ 과즙 함량을 기존 100%에서 80%로 낮췄다. 또 기존 80% 함량 제품은 45%로 줄였다. 오렌지 주스 원액 가격이 크게 오르자, 이를 가격에 전부 반영하는 대신 용량 줄이기 꼼수를 택한 것이다.
BBQ 치킨 운영사인 제너시스BBQ는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만을 사용하던 튀김유 비율을 바꿨다. 올리브 50%·해바라기유 50% 블렌딩 오일을 택했다.
슈링크플레이션 등이 문제가 되자,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11월 말까지 한국소비자원을 중심으로 주요 생필품 실태조사, 제보 등을 진행해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다수 기업은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적극 따르겠다는 입장이다.다만 업계는 정부의 지나친 가격 개입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인상 요인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면 향후 한꺼번에 제품 가격을 올려, 더 큰 폭의 물가 상승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인데도, 정부 압박에 가격 인상이 여의치 않다”며 “결국 용량이나 질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유통채널 일각에서는 용량은 늘리고 가격은 낮춰, 슈링크플레이션에 역주행하는 상품도 선보였다. 편의점 GS25는 자체브랜드(PB) 용기면 ‘유어스면왕’(이하 면왕)을 22일 출시, 장기화된 고물가 안정에 기여하고자 물가안정 상품을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면왕은 편의점 유사 용기면(소컵 기준, 86g) 대비 중량은 22% 늘리고 가격은 1000원 아래로 낮췄다. GS25는 면과 건더기를 넉넉히 증량하는 방식으로 면왕 중량을 105g까지 키웠다. 가격은 GS25 용기면 최저가인 990원으로 최종 구성했다.
각종 할인을 적용할 시 면왕 가격은 600원대까지 낮아진다. GS25의 구독 서비스 ‘우리동네GS클럽 한끼’(20% 할인)와 통신사 제휴 할인(최대 10%) 등 최대 할인을 받은 소비자는 300원 할인된 최저 690원에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