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발 통합 소나 체계로
적 함정ㆍ잠수함 조기 탐지
“2030년 매출 2兆…수주 강화”
지난 20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해상전력이 될 이지스구축함 배치(Batch)-Ⅱ 1번 함 ‘정조대왕함’이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위용을 드러냈다.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함대 방어체계로 평가받는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한 정조대왕함은 한반도 해역을 넘어 해양 안보와 국익 수호를 실현할 주인공으로 기대받고 있다.
최첨단 전투시스템인 이지스(Aegis)는 고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제우스가 그의 딸인 여신 아테나에게 준 방패의 이름이다. 신화 속에서 이지스는 어떠한 공격도 막아낼 수 있어 ‘무적의 방패’라 불린다. 이지스함 1척으로 다수의 항공기와 전함, 미사일, 잠수함을 제압할 수 있어 현재 세계 각국에서 도입ㆍ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조대왕함의 주요 제원은 길이 170m, 폭 21m, 경하톤수 8200톤(t)으로 최대 속력 30노트(55㎞/h)로 운항할 수 있다. 국내 독자 개발한 통합 소나 체계를 장착해 적 함정 및 잠수함의 조기 탐지를 통한 전술적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추진체계의 경우 기존 가스터빈 엔진 4대에 추가로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체계(HED) 2대를 탑재했다. 항해 시 연료 소모량을 절감해 경제적 기동이 가능하다.
최태복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대외협력담당 이사는 “기존 이지스구축함 배치-Ⅰ과 달리 탄도미사일 요격까지 가능해졌고, 장거리 대잠어뢰 홍상어, MH-60R 시호크(Sea Hawk) 해상작전헬기 도입으로 대잠 방어 및 공격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됐다”며 “유ㆍ무인 복합 전투 체계 도입으로 세종대왕함보다 600t가량 더 커졌지만, 인원은 50명 정도 더 적게 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차세대 이지스구축함의 선도함인 정조대왕함은 시운전 평가 기간을 거쳐 내년 8월 해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열흘가량 해상에 머물며 함포 사격, 어뢰 신호 테스트 등 전투체계와 레이더, 기관 등 항해체계를 점검한다.
한 해 국방예산이 우리나라 돈으로 1000조 원에 달해 이른바 천조국(千兆國)이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도 정조대왕함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칼 토마스 미 7함대 사령관은 최근 HD현대중공업을 찾아 정조대왕함을 시찰하고 감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21일 3차 군사정찰위성을 쏠 당시 이를 추적한 건 서해와 남해에 배치된 우리 해군 이지스함의 공로였다. 애초 미국이 이지스함을 개발한 것도 적의 기습적인 공습으로부터 항공모함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이날 울산급 Batch-Ⅲ 1번 함 충남함도 모습을 나타냈다. 4월 HD현대중공업에서 진수한 충남함은 내년 말까지 시험평가를 받고 있다. 전투체계를 비롯해 주요 탐지 장비와 무장이 모두 국산 장비로 국내에서 개발한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 Multifunctional Phased Array RADAR)를 장착했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부사장은 “필리핀 해군 현대화 사업과 폴란드 오르카 프로젝트 등 잠수함 도입 사업이 본격화함에 따라 현지 정부와 논의를 통해 수주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세계 1등 조선소가 만들면 함정도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국내 최초로 리튬전지(리튬이온폴리머)를 이용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잠수함용 전원공급체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잠수함은 물속으로 잠항하는 순간부터 외부 공기와 차단되어 엔진 가동이 불가능하므로, 수중 항해를 위해서는 축전지(배터리)와 같은 전기에너지 저장장치를 활용해 전력을 공급받아야 한다.
주 부사장은 “국내ㆍ해외 수주 강화로 2030년 매출 2조 원을 달성해 특수선 사업 분야만으로도 독자 운영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세계 1등의 조선력을 가진 만큼 함정 사업을 수주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