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포털, 불법사금융 예방 노력 부족 지적
서금원 링크 다음 대부중개사이트 광고 나와
사이트 통한 불법사금융 노출 위험 여전
당국 요청에 포털 “키워드 추가 가능성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사금융에 대한 엄정 대응을 주문한 가운데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가 여전히 불법 사채의 연결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해 포털 측에 ‘긴급대출’ 등 특정 단어 검색 시 공적 금융기관 홈페이지로 연결될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일부 단어만 수용한 데다 하단에는 여전히 대부중개플랫폼 광고가 노출되고 있어서다.
22일 금융당국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7월 네이버와 다음 관계자, 관계부처 등과 만나 불법사금융 피해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포털사이트에서 대부중개사이트 접근이 쉬워 사이트 내 불법사금융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후 금융위와 포털 관계자 측이 키워드 포함 관련 진행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한 소통을 여러 차례 진행했고 지난달부터 네이버와 다음은 ‘긴급대출’, ‘급전’ 등의 키워드를 검색할 경우 금융위 산하 서민금융진흥원 홈페이지 링크가 뜨도록 조치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한 소비자들이 정부 지원을 먼저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포털마다 수용한 단어와 검색 결과는 다르다. 다음은 ‘긴급대출’ ‘비대면대출’ ‘소액대출’ ‘당일대출’ ‘급전’ 등을 검색했을 때 서금원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링크가 뜬다. 네이버의 경우 ‘긴급대출’과 ‘급전’ 검색 시 불법사금융 예방법과 신고 방법, 서금원 바로가기가 담긴 ‘불법사금융 피해예방 캠페인’ 화면이 먼저 뜬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포털의 자정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털 측에서 등록한 키워드가 특정 단어에만 국한돼 있어서다. 다음과 네이버에서 사채, 즉시대출 등을 검색하면 여전히 대부중개사이트 광고부터 나온다. 네이버에서는 ‘비대면대출’ ‘소액대출’ ‘당일대출’을 검색창에 쓰면 대부중개사이트 광고가 먼저 뜬다.
단어 형태를 조금이라도 달리 입력하면 검색 결과가 달라진다는 문제도 있다. 다음에서 ‘일수’를 검색하면 서금원 링크가 제일 먼저 나오지만, ‘일수대출’이라고 검색하면 대출중개플랫폼 광고가 최상단에 노출된다. 다음 관계자는 “검색 결과를 설정할 때 개별 키워드를 일일이 등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한 검색 결과 상단에는 서금원 링크가 나오지만, 바로 밑 혹은 스크롤을 내렸을 때에는 대부중개사이트 광고가 등장한다. 네이버에서는 ‘파워링크’, 다음에서는 ‘프리미엄링크’로 상단에 관련 광고가 나온다. 광고 노출 기준은 검색어 연관성과 광고주의 입찰가다.
대부중개사이트는 불법사금융 접촉 경로로 이용되기도 한다. 대부중개사이트의 포털 상단 노출이 문제가 되는 이유다. 지난 4월 금감원이 경기도와 함께 관계기관 합동 점검을 추진한 결과 경기도에 등록된 대부중개플랫폼 중 한 곳이 약 20만 명의 고객 신용정보를 동의 없이 불법사금융업자에게 판매한 사실이 적발됐다. 홈페이지에 ‘등록대부업자의 광고만 취급한다’고 홍보했으나 실제로 불법사금융업자 광고를 일부 게시한 대부중개플랫폼도 있었다. 소비자들의 사용률이 높은 국내 포털에서 대부중개사이트에 접근하기 쉬워질수록 불법사금융 노출 위험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긴급대출’ 검색 시 서금원 사이트 바로가기가 최상단에 나오도록 협의하기까지도 쉽지 않았다”며 “이번에 키워드 추가할 때 ‘햇살론’, ‘생계비대출’ 등도 추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내부에서 나왔지만, 포털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포털 측은 당국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음 관계자는 “불법사금융 문제의식에 공감을 해서 금융당국과 협의를 통해 주요 서민금융 관련 키워드에 서금원 사이트 바로가기를 지원했다”며 “키워드 선정은 당국과 논의를 거쳐서 이뤄진 사항이고 나중에 더 논의가 있으면 추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서민금융과 관련한 키워드 검색 결과로 서금원 등 정책금융상품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광고 등록 단계에서는 대부업 영위자격, 표시광고 규정 준수 여부 등을 사전 확인 중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결과, 금감원 차단 요청 건에 대해 즉각 조치를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