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에 커진 불확실성…올해 보험사 M&A '0건'

입력 2023-12-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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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큰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됐던 보험사 인수합병(M&A)시장에서 단 한 건의 딜도 성사되지 않았다. 유찰이 반복되거나 타이밍을 보는 잠재 매물만 5곳에 이른다.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금융지주사들의 M&A 인수 의지와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의 ‘새 주인’ 찾기가 맞아떨어지면서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쌓이기만 할 뿐 전혀 팔리지 않았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로 원매자의 인수 부담이 큰 데다 새 회계제도(IFRS17) 계리적가정 가이드라인으로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줄자 조금 더 지켜보자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M&A 시장에 나온 매물은 ABL생명, KDB생명, MG손해보험 등이다. 롯데손해보험과 동양생명도 잠재 매물로 거론된다.

KDB생명은 하나금융그룹이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딜 성사 기대감이 높았지만 최종 불발됐다. 하나금융은 약 두 달간 실사작업을 거친 뒤 “그룹의 보험업 강화 전략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발을 뺐다.

ABL생명은 지난 8월 예비입찰에서 다수의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실제 협상 과정에서 벽에 부딪혔다. ABL생명은 한 사모펀드사가 BNK금융지주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하려 했으나 BNK측이 인수를 철회하면서 매각이 물건너갔다.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사도 BNK금융을 보고 들어갔을 것”이라며 “BNK 측이 발을 빼자 함께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손보와 MG손보 역시 올 한해 시장에 매물로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새로운 주인을 찾는 데 실패했다. 사모펀드가 주인인 롯데손보의 경우 퇴직연금에 특화된 포트폴리오 등으로 인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는 사실상 1조 원대 매물 가치로 시장에서 평가받지만 3조 원에 달하는 가격에서 낮추지 않고 있다”라며 “JK파트너스에서 롯데손보에 투자한게 소수의 의견으로 밀어붙인거라 내부 이슈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가격을 낮춰서 팔 생각이 있었으면 진작에 낮춰서 팔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MG손보도 지난달 진행된 입찰에 사모펀드 한 곳만 참여하는 등 예비 인수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MG손보를 경영관리 중인 예금보험공사 측은 MG손보의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금융위원회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4월 MG손보를 금융산업구조개선법에 따른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이처럼 보험 M&A 시장이 얼어붙은 건 바뀐 IFRS17 영향이 크다. IFRS17 이후 발표된 실적이 안정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올 초 보험사들의 실적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이익 부풀리기’ 논란이 있었다. 매수자 입장에선 높아진 몸값을 쉽게 수긍하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특히 비은행 강화를 내건 금융지주마저 금융당국의 상생 금융 및 충당금 압박으로 인해 여유가 없는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선 내년 하반기부터 M&A 시장의 점진적 회복을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산업이 리스크가 큰 산업으로 바뀌었다”며 “경기침체와 고금리 등 리스크 요인이 해소된 후 내년 하반기는 되서야 M&A 시장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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