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최저 못 맞춘 수험생 많을 듯...정시 이월 인원 확인해야
‘의대 증원’이슈로 재수 고민...소신 지원 늘어날 가능성도
국어, 수학, 영어 모두 어려워 ‘역대급 불수능’으로 평가 받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가 8일 오전 수험생들에게 배부됐다. 내년 1월 3일부터 시작되는 정시 지원을 앞두고 수험생들은 본격적으로 정시 지원 전략을 짜야 할 때다. 입시 전문가들은 모두가 어려운 시험이었던 만큼 점수가 낮아도 등수가 높을 수 있어 본인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입시전문가들은 이날 수능 성적표가 나온 이제부터는 객관적으로 성적을 확인하고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어제까지는 수험생들이 대체적으로 시험이 어려워서 못 봤다고 인식하고 있을텐데 사실 점수 확인은 중요하지 않다”며 “본인의 점수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정확히 확인하고 지난해 대학들 입시 결과를 보며 본인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비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험생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표준점수와 백분위 등이다. 표준점수는 자신이 획득한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있는지를 나타낸 점수다. 백분위는 전체 응시자 중 자신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수험생들의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백분위가 99%라면 상위 1%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능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국어를 꼽는다. 변별력이 가장 높다는 이유다. 임 대표는 “국어가 중요한 변수 과목으로 부상했다”며 “보통 4등급 이내 중상위권대 (지원 가능한) 학생들을 보면 국어 과목 점수를 잘 받느냐 못 받느냐에 따라 소신 지원을 할 수도 있고 하향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 또한 “국어나 수학의 표준 점수가 상하위 폭이 굉장히 커지고 동점자 수가 줄었다”며 “과거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대학교 합격 점수를 명확히 판단하기는 쉬워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정시 지원에서도 이과 수험생의 문과 교차지원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과 학생들이 고려해봐야 할 부분이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뜻이다. 임 대표는 “수학에서 여전히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고 국어도 변별력이 생겼지만, 그게 문과보다 이과 학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 이유로 임 대표는 “국어에서 점수가 잘 나오는 선택 과목 ‘언어와 매체’를 택한 수험생들의 60% 이상은 이과다. 국어 고득점자는 이과가 많다는 뜻”이라며 “작년 서울대 문과 전체 합격생의 52%가 이과로 확인된 점도 고려해 서울대권 정도에 진입하려 하는 문과생들은 이런 부분을 잘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상보다 어려웠던 시험에 수험생들이 재수를 고려하고 소신지원을 할 가능성도 높다는 예상도 나온다. 남 소장은 “내년 의대 증원 등 이슈로 재도전을 생각하는 학생들이 소신 지원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면서 “소신지원을 하더라도 정시에서 3개 대학을 쓰기 때문에 1개 정도는 적정으로 원서를 써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 최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수험생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국어, 수학, 영어 모두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수시에서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고려대와 연세대는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 상당히 많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