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성장한 국내 ETF 시장은 2019년 12월 순자산총액 50조 원을 돌파했다. 그로부터 순자산총액이 2배가 된 것은 3년 반 만인 올해 6월 29일이다. 이날 ETF 순자산총액이 100조 원을 넘기더니 11월 말에는 120조 원을 돌파했다. ETF 시장이 열린 이후 20여 년간 약 330배 넘게 불어난 셈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입맛대로 고르세요”…다양한 ETF에 성장세 ‘쭉’= ETF 시장의 급성장은 다양한 상품 출시 덕이다. 현재 국내 상장한 ETF 수는 800개가 넘는다. 지수형이나 주식형 ETF 외에도 채권형, 파킹형 등 다양한 형태의 ETF가 등장한 영향이다. 지난해 규제 완화로 만기매칭형(존속기한형) ETF도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ETF는 만기가 정해진 ETF로 매수 후 만기가 도래하면 자동으로 상장 폐지되면서 수익을 돌려준다.
자산군도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이차전지나 로봇, 인공지능(AI) 테마형 상품에 투자하는 ETF도 늘면서 해당 산업군에 분산 투자하고 싶은 개인 투자자의 관심을 끌었다.
고금리 시장 상황 힘입어 금리형 ETF 인기도 큰 영향을 미쳤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ETF 시장 규모는 금리형 ETF를 중심으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미 국채 금리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채권 ETF에도 자금이 유입됐다”고 했다.
최근에는 기존에 찾아보기 어려운 이색 ETF도 등장하는 추세다. 9월에는 이차전지 종목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 ETF’가 상장돼 화제를 모았다. 10월에는 포스코그룹주에 집중투자하는 ‘ACE 포스코그룹포커스 ETF’가, 11월에는 미국에 상장된 농업 관련주에 집중투자하는 ‘HANARO 미국애그테크 ETF’가 상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잘하는 음식에 따라 식당마다 ‘~맛집’이란 별명이 붙듯, 해외에서는 개별 운용사마다 주력으로 하는 ETF 종류를 가진 경우가 많다”며 “다양하고 도전적인 ETF 상품을 출시하면서 투자자 니즈도 찾고 주력 상품을 찾으면 시장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자산운용사, ETF 투자자를 사수하라= ETF에 대한 개미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자산운용사도 ETF 시장 선점에 나섰다. 기존에 펀드를 기반으로 기관 위주의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추구하던 양상과 대조적이다.
시장에서는 그간 ETF 시장에서 압도적 1위로 자리를 굳혀온 삼성자산운용 단독 체제도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은 2020년 52%에 달했는데, 현재는 40.5%로 줄었다.
여전히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긴 하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바짝 쫓고 있다. 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은 현재 37.6%다. 이어 케이비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뒤를 이으며 각각 점유율 7.7%, 4.7%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중소형 운용사들도 외연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IBK자산운용은 한국거래소에서 ETF 상장 심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TF 시장이 커지고 있는 건 해외도 마찬가지다. 특히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ETF 시장 규모 또한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랙록을 포함한 여러 자산운용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상장을 신청한 상태여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