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이어 두 번째 시중은행 진출
업계 “시장 교란, 출혈경쟁 우려에 반대”
은행들이 알뜰폰(MVNO) 시장 진출에 관심을 보이자 이동통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자금력을 갖춘 은행의 진출이 늘어나면 직접적인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알뜰폰 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알뜰폰 사업자들의 바람과 달리 은행의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점유율 규제, 회계 분리 등 제재는 당분간 도입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알뜰폰 사업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알뜰폰 진출을 두고 사업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 경우 시중은행 중 KB국민은행에 이은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우리은행이 알뜰폰 사업자가 되려면 기간망을 가진 이동통신사와 망 임대 계약을 맺어야 한다. 현재 우리은행은 이동통신3사와 논의 중이나, 아직 특정하지는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동통신사와 계약이 완료되면 서울전파관리소에 별정통신사업자 신청서를 내고 등록절차를 밟으면 된다.
우리은행은 올 초 가입자 40만 명을 넘긴 KB국민은행의 ‘KB리브엠’ 사례를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출범한 KB리브엠은 은행의 특징을 살려 자행 금융상품과 접목한 알뜰폰 서비스를 선보여 차별화했다. 특정 금융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을 위한 전용 요금제를 만들어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점에서 알뜰폰 업계는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이후 과다한 요금 프로모션과 사은품 지급 등을 통해 통신 시장을 교란하고 과당경쟁을 부추겼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KB리브엠 상품은 기존 알뜰폰 업체의 유사 요금제들보다 2만 원가량 저렴했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시장 영향력을 단기간에 확대한 것이다.
KB국민은행이 알뜰폰 부수업무 신고 준비를 하는 점도 알뜰폰 업계의 긴장감을 더한다.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한시적으로 알뜰폰 사업을 진행해왔던 KB국민은행은 올 4월 금융위원회가 알뜰폰 사업을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하며 안정적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리브엠이 은행업 부수업무로 정식 승인을 받으면 다른 은행도 알뜰폰 사업에 자유롭게 뛰어들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알뜰폰 업계에서는 은행의 알뜰폰 진출이 기존 사업자들의 가입자 뺏기가 아닌 혁신 서비스의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출혈 경쟁을 불러올까 걱정인 게 사실”이라면서 “다만 시장 파이가 키워지면 사업자 입장에서도 좋은 부분은 있기 때문에 기존 알뜰폰 업체들이 할 수 없었던 통신과 금융의 결합 부가서비스 등을 통해 시장을 키워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시장 경쟁 활성화 측면에서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기존 통신사를 대항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춘 건 시중 은행이란 판단에서 알뜰폰 경쟁 활성화에 적극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달 과기정통부 박윤규 제2차관은 알뜰폰스퀘어를 찾아 알뜰폰 육성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박 차관은 당시 “국민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을 위해 보다 가성비 높은 알뜰폰 요금제 출시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과기정통부는 이를 위해 도매제공 의무제도 상설화, 중소·중견 알뜰폰사업자 전파사용료 감면 등 필요한 정책을 적극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