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 훈련서 ‘최강’ F-22 격추하기도
지정학적 긴장ㆍ수입처 다변화 대응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국산 다목적 경전투기 ‘FA-50’이 K-방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부 유럽 핵심 우방국인 폴란드를 해외 마케팅 거점으로 삼고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를 넘어 항공산업의 본고장인 미국 시장 진출도 노린다.
2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KAI는 지난달 29일 폴란드 공군에 FA-50GF 12대 납품을 전달하며 수출계약을 체결한 지 1년 3개월 만에 납품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앞서 KAI는 2022년 9월 폴란드와 FA-50 48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잔여 물량 36대는 폴란드 공군의 요구에 맞춰 FA-50PL 형상으로 개발해 2025년부터 2028년까지 납품할 예정이다.
FA-50은 폴란드 주력 전투기를 대체하는 핵심 기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본 제원은 길이 13.1m, 너비 9.4m, 높이 4.8m에 자체 중량 6.4톤(t), 최대 이륙중량 13.5톤인 다목적 전투기다. 최고 속도는 마하 1.5이며 최대상승고도는 16.8㎞다. 폴란드 정부는 노후화한 미그(MiG)-29와 수호이(SU)-22 전투기를 도태시키고 공군 현대화 전력 구축에 힘쓰고 있다.
필리핀도 FA-50 도입에 관심이 많다. 필리핀 공군은 2015년부터 FA-50PH 12대를 운용 중으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토벌 작전에서 큰 성과를 거두는 등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열린 미국ㆍ필리핀 합동군사훈련 ‘2023년 코프 썬더(Cope Thunder)’에서 미 F-22 전투기와의 도그파이팅에서 격추에 성공했다.
필리핀 정부는 차기 전투기 선정사업으로 FA-50 블록 20을 눈여겨보고 있다. 개량형 모델인 블록 20은 항속거리와 무장능력을 확대한 모델로 능동위상배열레이더(AESA) 레이더, AIM-120 암람(AMRAAM)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어 동급 최강 전투기로 불린다.
우즈베키스탄은 프랑스 라팔(Rafale)과 FA-50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바호디르 쿠르바노프 우즈베키스탄 국방장관은 지난해 8월 국방장관회담에서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방산 협력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무기에 의존하던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최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수입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집트 공군의 고등훈련기 사업에도 도전한다. 현재 이집트와 FA-50 36대 수출 협상을 진행 중으로 향후 추가 주문 가능성도 크다. KAI는 지난해 이집트 수출을 최우선 과제로 마케팅을 집중했고 현재 협상이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의 안보전략의 요충지인 이집트를 넘어 항공산업의 본토인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 미국은 2024∼2025년 280대 규모 공군 전술훈련기와 220대 규모 해군 고등훈련기ㆍ전술훈련기 도입을 계획 중이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무기 재고가 소진되고 있고, 높아지는 긴장감으로 인해 재무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국가마다 군사 운용 방식이나 환경이 달라 맞춤제작에 대한 수요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K-방산은 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