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 해소 위해 피하주사‧장기지속주사 개발
투약 시간 짧고, 환자 스스로 사용할 수 있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정맥 주사 중심의 주사제에서 편의성을 높인 주사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정맥에 직접 투여하는 정맥 주사제형을 피하 주사제(SC)와 장기지속형 주사제(LAI)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맥 주사는 병원에서 투약 해야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물의 투약 시간을 줄이거나 기간을 늘려 횟수를 낮추는 제형을 개발하고 있다.
피하 주사는 피부와 근육 사이에 있는 피하 조직에 약물을 주사하는 것이다. 아랫배, 팔 바깥쪽 등에 주사한다. 정맥 주사보다 체내 흡수 속도가 느리지만 투약 시간이 짧아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투약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피하 주사의 수요가 늘어나며 글로벌 빅파마도 개발에 힘쓰고 있다.
국내에서는 알테오젠이 히알루로다아제로 피하 조직의 히알루론산을 분해해 혈액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플랫폼 하이브로자임(Hybrozyme)을 개발했다. 히알루로다아제를 사용해 피하주사로 개발한 건 미국 할로자임 테라퓨틱스의 인핸즈(Enhanze)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알테오젠은 이 플랫폼으로 4건의 기술을 수출했고, 총 계약 규모는 약 6조 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머크가 진행 중인 키트루다 SC 제형 임상 3상에 알테오젠의 하이브로자임이 적용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하이브로자임은 전통적인 피하주사보다 투여하는 양에 제한이 없고 분자량이 많은 약물도 사용할 수 있다”며 “용량이 크면 흡수가 안 되는데 하이브로자임은 상대적으로 많은 용량도 투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2월 미국에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SC 제형인 ‘짐펜트라’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램시마SC’라는 브랜드로 유럽, 캐나다 등 50여 개 국가에서 허가를 획득하고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맥 주사 제형인 램시마를 피하주사로 제형을 변경해 개발했다. 회사는 짐펜트라가 이미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편의성과 유효성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출시 후 연 6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피하 주사와 함께 주목받는 것이 장기지속형 주사제다. 이름처럼 한 번의 주사로 약효를 지속하는 효과가 있다. 매일 복약하거나 주사로 투여해야 하는 약물을 1개월에 한 번 또는 그 이상의 주기로 투여하는 형태다. 투여 횟수를 낮춰 환자의 투약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장기지속형 주사는 근육에 약물을 주입해 장시간에 걸쳐 혈액을 통해 약물을 방출시켜 약효 지속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약이 체내에서 천천히 흡수되도록 해 약효가 오래가도록 한 것이다.
장기지속형 주사는 비만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비만치료제는 매일 1회 또는 일주일에 1회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장기지속주사 제형으로 불편함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펩트론, 인벤티지랩, 지투바이오 등이 기존 비만치료제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장기지속형으로 개발 중이다. 일부 기업은 대형 제약사에 기술이전, 공동연구 협약을 맺기도 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많은 치료제가 정맥 주사제형이지만 복용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정맥 주사를 여러 제형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향후 피하주사와 장기지속주사의 개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