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일 옵티팜 대표 “매출 기반해 앞으로 투자 확대할 것”
형질전환 돼지로 국내 이종장기 이식 연구 선도
최근 돼지 심장을 사람에 이식하는 시도가 이어지며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 이식하는 이종장기 이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종장기 이식은 장기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활발하다.
국내에선 2000년 7월 ‘아비코아생명공학연구소’로 출발한 1세대 바이오기업 옵티팜이 20년 넘게 이종장기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김현일 옵티팜 대표는 최근 충북 청주시 오송 본사에서 본지와 만나 “전 세계적으로 장기와 혈액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종장기는 환자를 위한 새로운 대안”이라며 “옵티팜은 이종장기 이식에 최적화된 시설을 갖췄고, 기술력도 앞서 있다”고 강조했다.
31일 보건복지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2023년 9월 기준 5만 명(5만707명)을 넘었다. 처음 4만 명을 넘은 2019년(4만253명)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반면 기증자는 최근 5년간 연 400명대에 머물고 있다. 이식 대기자는 증가하는데 기증자는 줄고 있어 장기이식 대기 중 사망자도 늘고 있다.
김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장기가 부족하다. 미국엔 20만 명 이상의 장기이식 대기자가 있다. 고령화로 미래엔 장기이식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 공급방법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종장기가 대안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현재 옵티팜은 사람의 유전자를 넣은 형질전환 돼지로 이종신장과 이종췌도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형질전환 돼지 신장을 이식한 원숭이가 국내 최대인 221일을 생존하는 성과를 도출했다. 또 돼지 췌도(인슐린 분비 세포)를 당뇨병 환자에 이식하는 이종췌도 이식은 인체 임상을 앞두고 있다.
김 대표가 꼽은 이종장기 이식의 핵심기술은 면역억제다. 인간의 몸속에 외부 물질이 들어오면 몸에서 강력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때문에 형질전환 돼지의 경우 돼지 유전자는 없애고 인간 유전자를 넣어 최대한 사람 유전자와 비슷하게 만들어야 한다. 옵티팜은 돼지 유전자 4개가 제거되고 사람 유전자가 4개까지 들어간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했다.
김 대표는 “장기를 이식하면 초급성 면역반응이 일어난다. 2017년 처음 형질전환 돼지의 신장을 원숭이에 이식할 때는 돼지 유전자 1개를 제거하고 사람 유전자를 추가해 46일 생존 결과를 냈다. 이후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6년 만에 생존 기간이 5배 늘었다”며 “이종췌도 이식은 2025년 인체 임상 진입이 목표”라고 제시했다.
옵티팜의 경쟁력 중 하나는 일반 돼지를 사용하는 미국과 달리 미니돼지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일반 돼지는 완전히 성장하면 200㎏ 이상 되기 때문에 사람보다 장기가 크지만 미니돼지의 장기는 사람의 90% 수준으로 크기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형질전환 돼지는 번식이 잘되지 않는 문제가 있지만, 옵티팜의 미니돼지는 자연교배로 번식이 잘돼 향후 공급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종이식 원료 동물 생산시설인 원균제어시설(DPF)은 옵티팜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DPF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병원균을 차단해 무균돼지를 생산하는 시설이다. 이곳에서 형질전환 돼지가 태어나고 자란다. 이종이식에 활용될 돼지들이이서 까다로운 조건에서 성장한다.
김현일 대표는 “우리는 말로만 연구하는 회사가 아니다. 형질전환 돼지를 무균화에 가깝게 만들 수 있는 DPF 생산시설을 갖췄고, 질병 관리 능력도 뛰어나다”며 “오히려 해외보다 빠르게 원료 동물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자신했다.
옵티팜은 올해 매출 목표로 200억 원을 설정하고,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연구를 하려면 자금이 필요다. 다만 많은 바이오기업이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매출이 발생하고 이를 연구에 투자할 것이기 때문에 성과가 빨리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