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국가 재정 지원 노력 턱없이 부족”
“부담 여성에 편중돼…사회 전체 손해”
“女 노동참여율 男 동일 시 글로벌 GDP 10%↑ 기대”
전 세계적으로 어린 자녀를 위한 보육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급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특히 이를 감당하기 위한 부담이 주로 여성에 편중되는 구조임에 따라 사회 전체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막대하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보육에 대한 국가적인 재정적 지원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용 컨설팅 회사인 ECA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평균 보육비는 전년비 6% 올랐다. 주요 국가별로 보면 독일의 증가율이 13%로 눈에 띄며 영국 10%, 미국, 9%, 아일랜드 6%, 일본 5%, 브라질 4%, 아랍에미리트(UAE) 2% 등으로 집계됐다. 최근의 인플레이션 상승에 보육비가 역대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여러 국가들은 부모가 직면한 보육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가령 에이미 푸네스는 4년 반 전에 뉴욕시 비영리단체에서 관리직으로 일하면서 3만8000달러(약 5000만 원)를 벌고 있던 중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보육 옵션을 찾기 시작한 결과 정부 보조금을 받기에는 수입이 너무 많았다. 결국 아들 레오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보호소로 이전을 할 수밖에 없었다. 푸네스는 “한 부모가 아이를 돌보는 것이 이렇게까지 어렵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앞서 미국이 마지막으로 미취학 아동을 위한 보편적 보육 시스템을 도입한 시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로, 남성들이 해외에서 싸우는 동안 여성들이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때였다. 그러나 1946년 이 제도가 폐지된 이후로는 그 어떤 제도도 이를 대체하지 못지 못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이제 부모들은 값비싼 개인 보모, 유치원에 등록하기에는 너무 어린 아이들을 위한 시간제 보육 서비스, 조부모나 근처에 사는 다른 가족의 도움, 베이비시터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보육비 증가에 따른 스트레스는 주로 여성에게 편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육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일을 선택하는 여성들은 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승진을 포기하고 있다. 일부는 출산 자녀 계획 수를 줄이거나 아예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한다.
여성이 경제 활동에서 배제되는 것은 경제 전체에 손해다. 미국에서는 여성이 자녀를 돌보기 위해 업무량을 줄이면서 연간 약 2370억 달러(약 316 조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연합(EU)에서는 그 수치가 2550억 달러에 달한다. 또한 여러 연구에서는 여성 노동 참여가 증가하면 생산량은 증가하고 불평등과 극심한 빈곤 수준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미국 일부 주에서는 창의적인 방식을 시험하고 있다. 소득 수준이 낮은 뉴멕시코주 유권자들은 석유 시추를 통해 확보한 수익을 보편적 유치원에 지원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방자치단체가 무료 보육을 제공하면 부모들은 자신의 일정에 맞게 이용할 수 있다. 버몬트주는 2014년 3~5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주당 10시간 보편적 유아원 교육을 시작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애널리스트인 아드리아나 두피타는 “경제 전체가 여성을 노동력에서 배제함으로써 높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면서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남성과 비슷하다면 세계 GDP는 약 10%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