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복수의결권, 벤처기업법 상시법 등 굵직한 현안 성과
-올해는 벤처 글로벌 진출 비롯해 벤처 금융 활성화ㆍ인재 확보 등 촘촘한 지원책 강화
-앞서 신년사에서 "벤처는 경기침체 늪의 희망이자 돌파구"로 정의하며 협회 역할 강조
"글로벌 선점 여부는 향후 10년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 회장이 올해 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해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 상시화와 복수의결권 도입으로 숙원 과제를 해결한 만큼 올해에는 벤처기업의 미래경쟁력을 좌우할 장기적인 육성책을 마련하는 데에 집중할 방침이다. 핵심은 '글로벌화'다. 벤처기업-글로벌화-협회의 지원'을 하나의 연결고리로 보고 실행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내 벤처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4만 개(벤처확인기업)를 넘어서고, 2022년 기준 매출 211조 원, 고용 81만 명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하지만 속 빈 강정처럼 질적 성장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성 회장은 올해 벤처업계 신년인사회에서 "벤처기업은 아직도 전세계 GDP 1% 수준의 국내 내수시장을 탈피 못 하는 상황"이라며 "성장을 위해 글로벌화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지적했다. 올해 신년사에서 "글로벌시장 선점 여부는 향후 10년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사안"이라고 못 박은 뒤 해외 진출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국내 벤처기업들의 변곡점에서 해외 무대가 가장 절실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벤처기업의 글로벌화는 성 회장이 지난해 2월 취임 때부터 강조한 포인트다. 금융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것으로 지목했다. 국내 벤처 생태계가 양적 성장에 비해 역사가 짧아 생태계 완성도가 미흡하고, 내수시장 집중으로 해외 진출에 한계가 있는 점에 주목했다. 성 회장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벤처 창업 후 실제 성장과 고용이 이루어지는 것은 글로벌화를 통해서다"라며 "시장 규모 확대에 따라 혁신기업의 원가 경쟁력과 재무성과도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기술 전문 인력 유치를 위한 지원책을 강화하고, 글로벌 투자유치 지원, 벤처 해외 공공조달시장 진출 지원 등을 약속했다.
실제 협회는 2022년 글로벌지원팀을 신설한 이래 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왔다. 협회의 글로벌 네트워크인 세계한인벤처네트워크(INKE) 조직을 통해 회원 기업의 제품 현지화와 글로벌 엑셀러레이팅을 지원한다. 상시중개를 통한 해외 수요기업과 희망 벤처기업을 주선하는 역할도 맡는다. INKE 조직은 현재 21개국 40개 지부로 구성・운영 중이다. 특히 미국와 독일 등 해외 거점과 헬스케어 같은 진출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엑셀러레이터, 해외 현지 기관 대상 IR 등을 지원한다. 해외 유망 전시회 등을 통해 딥테크 분야 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마련 중인 ‘벤처기업 신성장 로드맵’에 맞춰 현장의 의견도 전달한다.
성 회장은 이달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숨 가쁘게 달려온 1년이었다. 2020년부터 벤처기업협회 수석부회장을 맡아오며 조력자 역할을 했지만, 지난해 2월 협회 수장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히 성 회장이 협회를 이끌기 시작할 당시 복수의결권 통과와 벤처기업법 상시화 등 민감한 과제를 안고 있던 때다. 어떤 정책이 기업에 단비가 되는지 끈질기게 목소리를 내면서 복수의결권은 지난해 4월 국회 문턱을 넘어 같은 해 11월 시행에 들어갔다. 벤처기업법 상시화를 골자로 한 벤처기업법도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하반기 시행에 들어간다. 벤처기업법은 1997년 제정 이후 2차례 연장(2007·2016년)되며 한시법으로 운용됐다.
성 회장은 "아직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한 기업은 없다. 제도 도입 요건 충족과 이사회 및 주주총회 개최 등 내부적인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하면 2월을 기점으로 도입 기업들이 속속 나올 것"이라며 "대규모 투자유치로 경영권 상실의 위기에 처한 창업주들에게 가뭄의 단비가 되어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벤처기업법 상시법에 대해선 "국회와 정부가 벤처생태계의 특수성을 고려한 장기적인 육성정책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성과조건부 주식(RSU)도 도입된다. RSU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의 단점을 보완할 제도로 꼽힌다. 양도제한이 해제되는 주식을 임직원에게 무상으로 주고, 미달성 시 부여를 취소하는 주식 기반 보상 제도로 미국 등에선 스톡옵션보다 널이 활용된다.
취임 1년이 벤처업계 정책의 발판을 만든 해였다면, 2년 차는 벤처기업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을 뿌리는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각종 글로벌 진출 지원은 물론 모래주머니 제거, 금융지원 활성화, 인재 확보 지원 등이다.
최근 벤처업계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성 회장은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E-7(전문 인력)비자 개선과 RSU제도 안착 등 업계 특성을 고려한 노동 유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주 52시간제의 경직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게 그가 강조하는 지점이다. 그는 "주 52시간제는 벤처기업의 핵심 경쟁력을 저하하고, 자율적인 열정과 유연성이 무기인 벤처기업의 문화를 훼손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성 회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에도 주 52시간제의 예외적용과 근로시간제 월 혹은 연 단위 확대 등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모래주머니를 제거하는 규제 혁파에도 공을 들일 계획이다. 그는 "우리나라는 산업 전반에 걸쳐 규제환경을 고수하고 있어 기존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특히 현재 많은 법적 규제들이 특정 이익집단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해 일반 국민의 편익을 저해하고 신산업 태동의 장애물로 작용해 이를 해소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전했다.
또 벤처재창업공제 사업을 추진, 창업실패 시 재도전이 가능한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앞서 성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벤처기업은 경기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경제의 희망이자 돌파구"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그 벤처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협회가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