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수출에 현지 설비까지…동남아 영역 넓히는 K제약·바이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제품과 기술을 수출하며 현지 기업과 협업 중이다. 동남아시아는 잠재력이 큰 신흥 시장으로 국내 기업들의 진출 경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제뉴원사이언스, 차메디텍, 씨티씨바이오, 대웅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기업들의 동남아시아 진출이 한창이다. 의약품 개발과 생산기술 이전, 현지 자체 생산설비를 확보 등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제뉴원사이언스는 지난달 베트남 현지 제약사 ‘이멕스팜’과 당뇨병 치료제 ‘포슈벳정’ 등 7개 제품의 기술이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제뉴원사이언스는 계약 대상 제품의 제조·공급·유통 전 과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으로 제뉴원사이언스는 현지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해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국내 생산 제품을 베트남 의약청(DAV)에 등록해 현지에 유통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펼쳐왔다.
씨티씨바이오는 칸나비디올(CBD) 구강용해필름(ODF)을 태국 현지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태국은 2018년 아시아 최초로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고 2022년 6월부터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는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해 왔다. 현지에서는 의약품 당국의 승인하에 추출, 가공, 판매, 수출입이 가능하다.
일찍이 씨티씨바이오는 2017년부터 경북 안동에 있는 ‘경북 산업용 헴프(Hemp) 국제자유특구’에서 국책과제로 CBD의 구강용해필름 연구를 실시, 지난해 12월 개발을 마쳤다. 의료용 대마 시장이 합법적으로 조성된 태국을 첫 해외 진출지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차메디텍은 올해 1월 히알루론산(HA) 필러 ‘히아필리아 SMV’를 태국 시장에 선보였다. 히아필리아는 차메디텍이 자체 개발한 HA필러로, 현지 미용·성형 의료기기 기업 비타팜아시아와 유통 계약을 맺었다.
앞서 지난해 말 차메디텍은 스킨부스터 ‘셀터미 리바이브 NX’를 출시하고 동남아시아 시장 수출에 도전했다. 셀터미 리바이브 NX 진출 국가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4개국이다.
대웅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 대웅바이오로직스인도네시아를 통해 현지에서 줄기세포 처리시설 허가를 취득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내에서 재생의료 사업을 위한 줄기세포 생산·처리 공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동남아시아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크고 임상개발 비용은 낮은 신흥 제약시장 ‘파머징 마켓’으로 꼽힌다. 미국, 유럽 등 레드오션에 진입한 저성장 시장과 반대로 동남아국가연합(ASEAN) 소속 국가들은 인구 증가와 국내총생산(GDP)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동남아 주요 6개국 제약·바이오 시장 규모는 약 200억 달러(26조7000억 원)에 달한다. 또한, 2015~2019년 동남아시아 제약·바이오 시장의 성장률은 연평균 8%여다. 같은 기간 국내 시장 성장률이 연평균 5.3%에 비해 성장세가 가파르다.
제약·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국 의료 서비스와 의약품에 대한 신뢰도와 선호도가 높다”며 “한국보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연구와 생산을 진행할 수 있어 기업들로서도 동남아시아 현지 진출이 유리한 전략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