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비밀 서버 운영…조직 범죄
입찰 제한 제재 피한 HD현대重…
“사안 이미 종결, 일방적 짜깁기”
한화오션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의 군사 기밀 유출 논란과 관련해 결국 칼을 빼 들었다. HD현대중공업의 기밀 유출로 국가 안보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했다며 방위사업청이 입찰 참가 자격을 유지토록 한 데 대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한화오션은 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D현대중공업 고발 이유를 밝혔다. 회견장에는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 배선태 한화오션 특수선영업사업부 수석부장, 정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구 변호사는 “HD현대중공업의 꼬리자르기식 은폐 시도에 대해 정부가 면죄부를 주면 안 되기 때문에 우리가 경찰청에 추가 조사를 요청했고, 수사가 확정되면 방사청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 달라는 취지에서 고발에 이르게 됐다”며 “경쟁업체 간 이해관계 문제가 아닌 국방산업의 신뢰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4일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군사기밀 탐지 수집 및 누설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안과 관련해 고발장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했다. 한화오션은 이 행위를 지시하거나 개입ㆍ관여한 임원을 수사해 처벌해 달라는 입장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사업 등과 관련한 군사 기밀을 몰래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심의를 거쳐 군사 기밀을 유출한 HD현대중공업에 대해 추가 제재 없이 입찰 참가 자격을 유지해 주기로 했다. 이로 인해 HD현대중공업은 2025년 11월까지 1.8점의 보안 사고 감점만 적용 받고 있다.
구 변호사는 “국군기무사령부 등 군에서 수사를 하다 보니 수사의 범위가 군사 기밀을 취득한 사람과 제공한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임원의 개입을 상세히 수사할 수 없는 구조”라며 “2012년~2015년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수차례 방사청, 해군본부 등을 방문해 KDDX 개념설계보고서 등 군사 기밀을 불법 탈취하고, 광범위하게 공유하면서 입찰 참가를 위한 사업제안서 작성 등에 활용한 것은 판결문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 공개를 통해 확보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특별사법경찰의 피의자 신문조서도 공개했다.
구 변호사는 “과거 HD현대중공업 직원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 내용을 살펴보면, KDDX 관련 자료를 열람하고 불법 촬영한 것에 대해 부서장, 중역 등 상급자들이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며 “내부 비밀 서버를 구축해 운영 및 관리하고, 수사를 회피하기 위한 대응 매뉴얼까지 작성한 조직적인 범죄”라고 했다.
이어 “KDDX 같은 함정 사업은 1년에 1∼2건 정도라 입찰을 제한해도 HD현대중공업은 집행정지를 신청해 결국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며 “자사의 이익을 위해 고발한 것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KDDX 사업은 올해 국내 함정산업에서 가장 큰 이벤트다. 해당 사업은 총 수주 금액 7조8000억 원 규모로 2030년까지 6000톤(t)급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 6척의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한다. 앞서 한화오션이 개념 설계를 수행했고,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말 기본 설계를 완료했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 심의를 통해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며 한화오션의 주장을 일축했다.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이 내세운 근거는 이해하기 어려운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며 “한화오션이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은 정보공개법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수사 기록과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짜깁기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