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략 기술로 격상해 지원해야"
“지금의 인공지능(AI)은 신성장ㆍ원천기술로 분류돼 있는데, AI 분야만큼은 국가 전략 기술로 격상시켜야 한다”
AI 경쟁이 국가 간 패권 경쟁이 된 가운데,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AI 체계를 마련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국내 전문가의 진단이다. 배경훈 LG AI 연구원장은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AI 혁신생태계 조성 기업 간담회’에 참석해 “메타의 기업 가치가 1조 달러를 넘었고, 오픈AI는 100조를 넘어서고 있는데, 한국에서 이같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선 AI를 국가 전략기술로 격상해 조세특례제한법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는 AI 글로벌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에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미국과 AI 기술력 격차를 좁히기 위해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강화함으로써 미ㆍ중의 AI 패권 전쟁이 심화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에 비해 기술 열위에 있는 우리나라가 AI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민간 기업에 의존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의 ‘우리나라 및 주요국 AI 기술 수준의 최근 변화 추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AI 기술 수준은 미국(100%)이 가장 높고, 그 뒤는 중국(92.5%), 유럽(92.4%), 한국(88.9%), 일본(86.2%) 순서였다.
미국의 AI 기술력 독주는 그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다. 2021년 10.9%포인트였던 한국과 미국 기술 격차는 2022년 11.1%포인트로 커졌다. 미국 다음으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중국도 미국과 기술 격차가 2021년 6.7%포인트에서 2022년 7.5%포인트로 벌어졌다. 오픈 AI,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미국 빅테크들이 지난해 더 고도화된 AI 기술을 선보인 만큼 지난해 미국과 주요국들의 기술 격차는 더 커졌을 것으로 보인다.
봉강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AI정책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전년(2021년)과 비교했을 때 2022년에는 미국 대비 주요국의 상대적 기술 수준이 모두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미국이 세계 최고기술 보유국의 자리를 유지하면서 주요국과의 기술수준 격차를 벌린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뒤처진 중국은 국가 차원의 지원 강화책을 마련했다. 중국 정부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 보고한 올해 업무보고에서 ‘AI+ 행동’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과거 미중의 반도체 패권 전쟁처럼 이번엔 AI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심화하자 중국이 미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AI 기술 우위에 있는 미중의 경쟁이 심화하며 한국의 AI 기술의 뒤처짐, 종속화를 막으려면 더 이상 민간 기업의 기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가 차원의 진흥책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봉강호 선임연구원은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 속에서 우위를 선점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이라며 “민간과 정부가 협력하는 범국가적 노력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고 말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 또한 AI 혁신생태계 조성 기업 간담회에서 “10년 전 모바일 시대에는 기업들이 각자도생으로 혁신을 이뤄내면 그것이 국가 경쟁력이 됐지만, AI 시대에는 자본력 차이 때문에 각각의 혁신이 일어나기 쉽지 않다”며 “이제는 카카오도 허덕일 만큼 설비투자(CAPEX)가 많이 들어간다. 생태계를 같이 만들어 GPU,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 투자 문제를 해소해나가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