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독일·오스트리아 등 자리 선점 나서
한국도 작년 말 철도 MOU 맺어
EU 지원 패키지 방해 헝가리도 기업은 사업기회 모색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각국 정부와 기업 경영진, 투자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유럽투자은행이 평가한 우크라이나 재건 목적의 공공·민간자본이 1조 달러(약 1320조 원)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패전 이후 유럽 산업을 재건한 미국의 마셜플랜보다 5배 이상 큰 규모다.
이미 기업들은 자리 선점에 나서고 있다. 튀르키예 기업들은 미래에 고액의 인프라 수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대비해 현재 우크라이나 교량과 도로를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에너지 발전기와 이동식 병원도 제공하는 중이다. 튀르키예 대표 발전 업체인 악사파워제너레이션은 지난해 11월 재건 전담 관리자를 키이우에 파견하기도 했다. 악사 현지 관리자는 “모두가 이곳에서 자신들의 서클을 구축하고 있다”며 “나는 미리 이곳에 온 사람들의 중심에 들어가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까지 나서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메르 볼라트 튀르키예 무역장관은 연초 “튀르키예 건설업체들은 2년간 우크라이나에서 약 10억 달러 규모의 70개 프로젝트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철도공단 관계자들이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와 철도 재건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지 철도차량 제작과 유지보수 등은 현대로템이 맡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튀르키예 건설사 오누르그룹과 협력해 현지에 이동식 병원을 짓고 있다.
지난달까지 유럽연합(EU)의 500억 유로(약 72조 원) 상당의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에 제동을 걸며 말썽이었던 헝가리에서조차 재건으로 이익을 기대하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 헝가리 엔지니어링 기업인 간츠웍스는 최근 스페인 열차 제조업체 탈고를 인수하고자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 목적에는 우크라이나 재건이 시작하면 향후 동유럽 열차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대비하려는 것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밖에 덴마크 정부는 미콜라이우 조선소 허브를 재건하는데 지금까지 1억30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다만 본격적인 재건은 사실상 전쟁이 끝난 뒤에나 가능한 만큼 아직 머나먼 이야기다.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8%가 러시아군에 점령된 만큼 전쟁이 어떤 상태로 끝날지도 주요 변수다. 370만 명의 국내 실향민과 650만 명의 국외 난민이 언제, 어느 지역으로 돌아오는지 역시 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스타파 나옘 우크라이나 재건청장은 “재건 성공에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인내심과 러시아의 평화협정 준수가 필요하다”며 “영토를 회복하려면 분명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